3자동맹 추천 전문경영인 후보 자진사퇴 선언조현아 측근 김치훈 전 상무 “현 경영진 지지”시간부족 등 후보자 물색 난항, 명분까지 잃어측근지지 못 얻는 분쟁으로 인식, 당위성 약화
재계 안팎에서는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점이 후보 당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에게 ‘급만남’을 제안한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1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3자 주주연합이 한진칼 전문경영인 후보로 추천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전날 한진칼 대표이사로 서신을 보내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김치훈 전 상무는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칼맨(KALMAN)’으로서 한진그룹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 회장 체제를 인정한 셈이다.
김치훈 전 상무가 한진칼 전문경영인 후보로 이름을 올리자 우려가 쏟아졌다. 대한항공 출신이긴 하지만,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 지상조업업무를 담당했다. 또 현직을 떠난지 6년이 넘은 ‘OB’(OLDBOY)로, 급변하는 항공업황을 통찰할 능력이 있을지에 의심을 품는 목소리가 많았다.
더욱이 김치훈 전 상무는 명백한 조 전 부사장 측근으로 파악되면서 ‘꼭두각시 전문경영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대한항공 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제주칼호텔과 서귀포칼호텔,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등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국내외 호텔을 총괄하는 호텔사업팀장을 맡으며 조 전 부사장과 인연을 쌓았다.
김치훈 전 상무와 함께 전문경영인 후보로 추천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항공업 문외한으로,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 세력이 적절한 전문경영인 후보를 찾기에 시간이 부족했고, 이들에게 동조하는 항공업 전문가를 물색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주주제안은 작년 주주총회 기준 6주전까지 해야 하는데, 이달 14일이 마감 시한이었다. 지난달 31일 공동전선을 구축한 지 보름여 만에 시장 기대를 만족시킬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항공 임원 출신들의 경우 고(故) 조양호 전 회장과 조 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반란군’인 주주연합 편에 서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분쟁 명분을 점점 상실하는 모습이다. 주주연합은 이번 이사 후보에 대해 ‘참신하고 능력있다’며 자평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가 뜻을 함께 할 수 없다며 등을 돌린 것은, 측근 인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KCGI의 만남 요청이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을 인지한 행보라고 본다. KCGI는 17일 조 회장과 석 대표를 상대로 주주제안 수용 여부와 한진그룹이 처한 현 위기상황에 대해 논의해보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표결 승산이 크지 않으니, 사전에 타협점을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론은 조 회장 쪽에 유리하다.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3사 노동조합은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조 회장을 몰아내고 한진그룹을 차지하려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을 지켜보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조 회장 체제를 지지했다.
한편,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말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놓고 맞붙게 된다. 조 회장 측은 연임안 통과, 조 전 부사장 측은 저지가 목표다.
조 회장 측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델타항공, 카카오 등 우호지분 33.45%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개발 3자의 지분 총합은 31.98%(의결권 유효 기준)으로 1.47%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후보의 자진 이탈은 주주연합 정당성이나 당위성이 낮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곧바로 대응책을 내놓지 않으면 3자동맹 내부에서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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