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A·노무라, 반도체주 목표주가 낮춰국내 증권사는 반도체 전망 낙관 유지“코로나19 단기 충격···과도한 공포 조장”
반도체주에 대해 국내외 증권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와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가 반도체 업황 둔화를 우려하며 일부 업종의 목표주가를 낮춘 반면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낙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충격일 뿐 장기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1.06%(600원) 내린 5만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일(6만원)을 끝으로 6만원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 역시 1.90%(1800원) 내린 9만28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이다.
외국인은 ‘반도체 투톱’을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지난 24일부터 3거래일동안 삼성전자 주식 1조1593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식 역시 338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의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불확실성, 이로 인한 기업들의 실적 감소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이먼 우 애널리스트는 지난 25일(미국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발병으로 메모리칩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같은 충격은 3월이나 2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노무라증권 역시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기존 4370억달러에서 4290억달러로 낮췄다. JP모건도 반도체를 비롯한 IT(전자기술) 업종이 은행, 카지노, 소비주, 자동차, 석유화학과 함께 코로나19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단기에 그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가이던스(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는 건 주식시장 전체 심리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도체 일평균 수출이 전년 대비 6.9% 감소하며 1월 일평균 8.7% 증가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가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중국향 인도물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과거 메릴린치의 부정적 전망에 주가 급락을 겪은 경험이 있다. 지난 1994년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처음 10만원대에 진입했고 10월 13만원을 넘으며 승승장구했으나 메릴린치가 반도체 공급과잉 리포트를 내자 8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공급과잉 논란에도 삼성전자 영업익은 성장세를 유지했고 1995년 10월 주가는 17만원까지 회복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낙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이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제시한 22개 증권사 중 코로나19 확산 이후 목표주가를 낮춘 곳은 한 곳도 없다.
한국은행 역시 반도체 회복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한 이후 “코로나19 사태는 3월을 정점으로 진정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기 회복에 중요한 반도체 사이클 회복 여부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전망을 바꿀만한 뚜렷한 변화는 없다”며 “코로나19 발발 후 한 달 정도 지난 현재까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 사이클 회복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지금과 같은 조정장에서 잘 버텼던 업종이 다시 주도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IT하드웨어·소프트웨어, IT가전, 반도체, 비철금속 등이 이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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