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속 7000억원 이상 5년래 처음 “美증시 불안감 확대”···韓도 마찬가지이익 전망치 하향·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낙관했던 증권사도, ‘흐림’으로 바껴 가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총 2조4430억원어치의 매도 물량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24일에는 7860억원어치를, 25일에는 7695억원어치를, 이날인 26일에는 8875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올해 중 가장 많이 팔았는데, 지난 2013년 6월13일(9551억원) 이후 6년 8개월여 만의 최대 규모라고 볼 수 있다.
또 외국인의 이 같은 매도 물량 규모를 가장 최근과 비교하면 작년 11월26일(8576억원)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라고 볼 수 있다. 그간 외국인은 국내 코스피시장에서 아무리 많이 팔았어도 지난 5년간에는 통상 5~7천억원 사이의 매도 물량을 내놨었다. 그러나 이처럼 8천억원어치 이상에다가 사흘 연속 대규모로 판 사례는 드물어,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심상치 않다고 감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같은 ‘엑소더스’ 현상을 두고 최근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증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에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이틀간 -6.3%나 빠졌는데 이는 지난 2010년 이전 미국의 경기침체를 제외하면 이러한 급락은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S&P 500이 이틀간 6% 이상 하락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총 5번”이라며 “고점 대비 하락폭은 2011년엔 -20%까지 하락했고, 나머지는 -10% 내외였다. 그만큼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투자심리가 많이 민감해졌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증시가 고꾸라진 배경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불안요소들이 뒤섞여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면서,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증시에서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주요 제조업 국가에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또 미국 기업의 이익 전망치도 최근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최근 경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이익전망 역시 하향 조정 중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미 10년 만기 미 국고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1.33%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라며 “원자재 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은 계속적으로 매도 물량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불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점도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디스는 이번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 잠재성장률이 0.4%포인트(P)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고, 또 중국에서 억제되지 못하고 대유행으로 번질 확률을 기존 20%에서 40%로 상향하기도 했다.
무디스가 낸 보고서에서도 “최근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 관광객 급감과 중국의 제조 및 소비 둔화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러자, 얼마 전까지 만해도 대부분 낙관했던 증권사들도 점차 비관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 25일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증시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역사적으로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 전고점 대비 13%를 넘겨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날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과거 유사 사례(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를 보면, 전염병 사태는 시장의 단기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 중장기적인 펀더멘탈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라며 “코스피 단기 저점이 2100선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하는 내용의 보고서들을 내놨다.
그러나 최근 보고서(지난 26일)를 낸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중국을 넘어 한국·이란·이탈리아 등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 유행)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이같은 우려를 높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이런 가운데 코로나 19로 인해 실적 경고를 언급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며 2020년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며 지속적으로 하락폭을 확대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은 코로나 19를 빌미로 경기 둔화 및 실적 부진 우려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며 “즉 여전히 코로나 이슈로 인한 밸류에이션 부담, 경기둔화 우려 등을 감안 상승폭이 확대되지는 못할 것이고, 이런 가운데 높은 밸류에이션 우려에 기인한 미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결국 한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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