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증시 추락 막기엔 제한적 투자전략·부정정보 반영 ‘순기능’ 위축 우려 전문가 “효율적 규제 필요···제재 취약 지적도”
공매도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서자 결국 ‘공매도 금지’ 카드가 나왔다. 13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한시적으로 나마 공매도를 금지하는 추가 대책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락장이 연출되는 만큼 공매도 금지 규제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 및 금지기간 확대 등의 정책이 ‘반쪽 짜리’였다는 비판도 이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체계적인 조사 없이 ‘등 떠밀리듯’ 규제 강화에만 급급한 금융당국의 행보는 공매도의 순기능 마저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가 높을 때 ‘가지고 있지 않는 주식’을 미리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되사 갚는 투자기법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증가되는 상황에선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증폭되는데, 사실상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연일 공매도 금치를 촉구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2008년에는 8개월간, 2011년에는 3개월간 각각 전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추락하는 증시는 구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2008년 공매도 금지기간 코스닥은 10.0%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3.4% 하락했다. 2011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2.1%, 9.9%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인 주가의 흐름이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매도의 순기능이 과소 평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허용하는 이유는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를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도록 함으로써 주가가 즉시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주가의 과대평가 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공매도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2009년~2014년까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매도 거래가 주가급락 위험과 정(+)의 관계를 갖고, 투자자가 공매도 거래를 통해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를 예측할 수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의 금지는 오히려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정보를 반영하는 것을 방해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는 주가의 하락이 방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부양효과가 장기간 유지될 수 없다”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하락폭을 키우면서 주가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투자전략의 하나로 부정적 정보가 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채널이라는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국내외 많은 연구들은 공매도 제한이 가격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며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의미하는 것은 공매도가 가격의 하락폭이 아니라 하락속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공매도 기능 위축을 목적으로 규제강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정보공개의 실효성을 높이되 익명성은 보장하는 방식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측도 “공매도의 순기능을 배제하고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공매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제가 상당히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불공정 사례가 번복되고 있으며, 이는 미공개 정보정요 이용행위와 무차입 공매도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주체세력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이며 개인투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 우위에 있지만, 미공개된 부정적인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를 통한 투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위”라며 “금융당국은 이러한 불법 행위가 번복되는 것이 관련 제재가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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