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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비상’ 면세점 매출 반토막 뚝···“큰 손 ‘다이궁’ 모셔라”

‘초비상’ 면세점 매출 반토막 뚝···“큰 손 ‘다이궁’ 모셔라”

등록 2020.04.01 16:52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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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매출 급감에도 외국인 1인당 구매액 증가중국 보따리상 매출액이 견조하게 유지된 덕기형적 구조 지속에 수익성 더 떨어질까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면세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지난달 매출액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상대적으로 견고한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수요가 실적 하락을 일정 수준 방어했고, 이에 3월 실적은 다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다이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1조1026억원으로 전월(2조248억) 대비 45.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7416억원) 대비로는 3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총 이용객 수는 175만명으로 전월(384만명) 대비 54.3% 급감했다. 전년 동기(374만명)와 비교해서는 53.1% 줄었다. 이 중 내국인은 104만명, 외국인은 71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공항 등 출국장 면세점의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달 출국장 면세점 매출액은 1286억원으로 전월(2694억원) 대비 52.3%나 급감했다.

반면 외국인 1인당 매출액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외국인 1인당 매출액은 137만원이었는데, 이는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면세업계에서는 다이궁 매출이 견고하게 유지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궁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 면세점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공항에 비해 덜 부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내 면세점 내 외국인 매출 비중은 81.5%로 지난해 2월(73.5%)보다 8.0%포인트 상승한 점을 지적하며 “2월 다이궁이 시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3월부터 중국인 입국자가 1만명대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돼 당분간 대형 다이궁 위주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일반 소비층은 감소했으나 법인형 다이궁 매출액이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전체적인 객단가를 상승시킨 영향으로 해석한다”며 “절대적인 법인형 다이궁 /매출액은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공항 면세점보다 다이궁 비중이 높은 서울 시내 면세점의 매출 감소율이 작은 편이었다”며 “다이궁 수요는 중국 내 재판매를 위한 비즈니스 수요이기 때문에 관 광객 수요보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작았던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다이궁 수요가 코로나19에도 덜 감소하면서, 면세업체들의 3월 실적이 ‘최악’이었던 2월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이궁 유치 역량이 뛰어난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조금씩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 연구원은 “3월 면세점 실적 은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이궁 비중 확대에 따라 방문객수 감소 영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고 중국내 코로나19 진정에 따른 소비시장 활성화, 일부 법인형 다이궁 업체들의 재고물량 확보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도 “다이궁 수요는 관광객 수요 대비 영향이 적고 중국 내수 소비가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3월 면세점 시장 규모는 2월 대비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다이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면세업계의 기형적 구조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면세점 매출 감소폭에 비해 다이궁 매출액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적어,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다이궁이 차지하는 비율도 커지고 있다.

다이궁은 인터넷을 통해 선주문을 받고 한국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중국으로 전달하는 구매대행 업자를 말한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중국인의 단체 관광이 금지되면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에게 물건을 사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드 이후 급갑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자리를 다이궁들이 메우면서 국내 면세업계는 다이궁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미 심각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면세업계는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구조로 변해가고 있고, 송객 수수료 경쟁 과열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업계는 이미 지나치게 다이궁에 의존하고 있어 기형적이고 건강하지 않은데 최근 일반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다이궁 의존도가 커지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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