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받은 교사 등 ‘동학삼전운동’ 동참투자자예탁금 47조 돌파, 역대 최대치 신규 개설 계좌도 한 달 새 86만개 늘어
# 5년차 공무원 B씨는 가까스로 삼성전자 막차에 올라탔다. 증시 폭락에 호시탐탐 진입 기회를 노렸지만 여유 자금이 부족했다. 예년보다 일찍 받은 성과급의 절반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타이밍을 노리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데다 바쁜 업무 탓에 주식 이야기는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우량주 삼성전자는 예외다.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함) 대열에 새롭게 합류한 동료들도 적지 않다. 모두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에 납득된 이들이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미(개인 투자자)군단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11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가뿐히 뛰어 넘었다.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예탁금은 사상 처음으로 47조원을 돌파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여전히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에 몰리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1869억원을 순매수했다. 한 달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1999년 이래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월(4조8973억원) 기록을 가뿐하게 갈아치웠다.
주식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가파르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투자자 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47조6669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다. 지난해 말 27조원 수준에 머물던 투자자 예탁금은 올해 1월 말 28조7192억원, 2월 말 31조212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7일부터 3거래일 연속 감소했지만 이달 들어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주식거래 활동계좌도 3053만4668개로 전월 대비 86만 1829개 증가했다. 증가 폭으로 따지면 2009년 4월(247만 8000개)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비대면 계좌의 신규 고객 수가 최근 한 달간 10만명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1~3월) 기준 월 평균 3만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지점 창구에서 계좌를 만든 투자자 수도 올 들어 1만1000명으로 작년 한 해 계좌 개설 건수의 절반 할당량을 이미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로 급락장이 지속되자 저가 매수를 노리는 자금이 증시 주변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제로(0) 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급락장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가 ‘패닉 장세’에 빠진 이후 한 달간 총 6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2월 21일부터 이날(4월 3일)까지 31거래일간 누적 순매수액은 6조6899억원에 달한다. 일별 순매수액을 살펴보면 지난 1일 3289억원에서 2일 373억원, 3일 29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개인 순매수 중 거래대금 상위 Top3는 삼성전자(51%), 현대차(8%), SK하이닉스(5%)이며,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우량주에 집중돼 있다”며 “‘적어도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좋아진다’라는 믿음이 강하게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증시 과열 상황에서 여러 지인들의 성공담에 혹해 일확천금을 노린 묻지 마 투자의 모습이 아니다”며 “투자 종목과 투자 기간이 단기 차익보다는 꾸준히 배당 및 안정적 이익을 추구하는 장기 투자자의 성격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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