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통’이 꽉 잡은 기재부, 재정건정성 사수국가채무비율 40%로 OECD 평균보다 낮아정 총리 압박에 뒤늦게 “전국민 지급에 동의”
기획재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상위 30%를 포함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기부할 수 있는 대안이 논의됐다”면서 “기부재원은 고용유지와 실직자 지원 등 더 시급한 곳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당정청 간 의견을 같이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기재부는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재원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소득층 중심의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법률 재·개정 등 법률적 보완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난지원금을 기부할 경우 연말 연초에 세액 공제를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가령 재난지원금을 100만원 받는 4인 가구가 기부를 결정하면, 가구원 중 한 명이 연말정산시 15만원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기재부는 “앞으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신청한 이후에 재난지원금을 기부한 국민에게 관련 법령(소득세법 제59조의4 등)에 따라 기부금 세액공제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재부 내부에서는 소득 하위 70% 가구 지급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기류를 고수했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재정건전성을 문제로 삼았다. 2분기에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하반기와 내년까지 경제 상황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재정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70% 지급에 필요한 예산 9조7000억 원은 국채발행 없이 가능하지만, 100% 지급에는 13조 원이 들어 3조 원가량의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하다. 더욱이 정부는 ‘상당한 규모’의 3차 추경도 예고한 상황이다.
과거부터 기재부는 재정건전성 악화 이슈에 특히 민감해 왔다. 옛 기획예산처 출신 인사들이 고위직 전반을 장악하면서 기재부의 전체 입장을 대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취임한 김동연 전 부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모두 EPB 계열이다. 현재 홍 부총리를 비롯해 총 9명의 기재부 1급 고위 공무원 중 6명이 예산을 관장하던 옛 기획예산처 출신이다.
민주당은 홍 부총리를 강하게 압박했으나,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기재부의 입장은 굳건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열린 5차 비상경제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나올 때만 해도 “(차등 지급안을) 의회에 설득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OECD 평균 국가부채 비율 110%에 비하면, 한국은 40% 선이어서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에선 기재부가 재정건전성을 유난히 강조하는 시각으로 불필요한 고집을 피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당의 주장대로 전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주더라도 현재 제출된 추경안에서 3조원 정도의 추가 재원만 마련하면 되는데, 이는 재정건전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3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은 41.35%로 0.15%포인트 늘어나는 수준에 그친다.
2018년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 109.2%이다. 미국은 106.9%, 일본은 224.1%이고 프랑스 122.5%, 영국 111.8%, 스페인 114.8%, 독일 70.3%이다. 반면 한국은 40.1%이다.
이에 지난 23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반발하는 기재부의 목소리와 관련,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늦게 기재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보완 및 조속 처리요청’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정 총리의 강력한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한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등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된 홍남기 부총리 ‘사의설’과 관련해 청와대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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