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제도 개선 속도···하반기 보험료 추가 인상 없을 듯

2020년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료 인상 추진 현황. 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손해보험사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차량 이동량 감소도 손해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올해 초에 이은 하반기 보험료가 추가 인상은 없을 전망이다.

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음주·뺑소니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임의보험 사고부담금을 대인Ⅱ(사망 손해액 1억5000만원 초과) 1억원, 대물(손해액 2000만원 초과) 5000만원 등 총 1억5000만원 부과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됐다.

음주·뺑소니운전 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선량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자 책임보험뿐 아니라 임의보험에 대해서도 사고부담금을 도입했다.

오는 10월부터는 의무보험 사고부담금을 대인Ⅰ(사망 손해액 1억5000만원 이하)은 300만원에서 1000만원, 대물(손해액 2000만원 이하)은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음주·뺑소니운전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사고부담금은 최대 1억6500만원으로 늘어난다.

7월부터는 수리비가 고가인 차량의 자차보험료 할증률을 현행 최대 15%에서 최대 23%로 높이는 방안도 시행된다.

최근 손해율 추이를 반영해 고가 수리비 차량은 평균 수리비 대비 150% 초과 할증요율 구간을 신설한다. 수리비 초과 비율에 따라 150~200%는 15%, 200~250%는 18%, 250~300%는 21%, 300% 초과는 23%의 특별요율을 적용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리비 초과 비율이 150% 이상인 차량 88종 중 78종(88%)은 외제차다.

이 같은 개정안 시행은 지난 3월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소비자 권익 제고와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해 마련한 ‘자동차보험제도 개선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원가 상승과 보험금 누수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보험료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실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9개 손보사의 지난해 1~12월 연간 손해율은 평균 98.1%였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의 적정 정비요금 공표에 따른 개별 정비업체와의 재계약으로 차량 정비요금이 인상됐다.

같은 해 4월부터는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 많이 활용되는 한방 추나요법이 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5월부터는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취업가능연한을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올해 1월 말부터 평균 3% 이상 보험료를 인상했다. 상위 4대 대형사의 인상률은 현대해상·KB손해보험(3.5%), DB손해보험(3.4%), 삼성화재(3.3%) 순으로 높았다.

대형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하지만 자동차보험제도 개선이 속도를 내면서 당초 우려했던 하반기 보험료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제도 개선 방안 시행으로 최소 1.3% 이상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의보험에 대한 사고부담금 도입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한 지급 보험금이 연간 약 700억원 감소해 0.5%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차량 이동량이 감소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4대 대형 손보사의 올해 3월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1%로 전년 동월 82.2%에 비해 3.1%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분기(1~3월) 누적 평균 손해율은 85.7%로 전년 동기 84.8%에 비해 0.9%포인트 높아졌으나 상승폭이 둔화됐다.

올해 1~4월 회사별 누적 손해율은 DB손보(83.8%), 현대해상(83.9%), KB손보(84%), 삼성화재(84.7%) 순으로 80%대를 유지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연초 보험료 인상과 제도 개선 효과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