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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불법조작 터지자...도망치듯 출장길 오른 실라키스 사장

[수입차 1위 벤츠의 기행②]배출가스 불법조작 터지자...도망치듯 출장길 오른 실라키스 사장

등록 2020.06.03 08:45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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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디젤車 3만7천여대 배출가스 불법조작 실라키스 사장, 검찰 조사 전 해외 도피성 출장임기 만료 앞두고 ‘책임 회피’···공개 사과 없을듯사측, 정부 발표 동의 못해···“불복절차 진행하겠다”

환경부가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적발한 벤츠 디젤 차량은 3만7000여대로 집계됐다. 벤츠코리아가 정부 당국으로부터 776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환경부가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적발한 벤츠 디젤 차량은 3만7000여대로 집계됐다. 벤츠코리아가 정부 당국으로부터 776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수입차 1위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드러나 환경부로부터 최근 776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드미트리스 실리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검찰 조사 등을 앞두고 지난주 출국한 탓에 해외 도피 의혹마저 키우고 있다.

1일 벤츠코리아 측은 실라키스 사장이 출장 등의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다만 귀국 일정과 관련해선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라키스 사장은 올 9월부터 벤츠 미국법인 영업·제품 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올 8월말 임기를 마치면 지난 5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무리 하게 된다. 후임 사장에는 뵨 하우버 벤츠 스웨덴 및 덴마크 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문제의 여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해외 출장을 최대한 기피하고 있는 시점에서 실라키스 사장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선 검찰이 벤츠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혐의 수사에 착수하자 실리키스 사장이 사전에 움직임을 파악하고 한국을 떠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은 지난달 하순께 벤츠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배출가스 인증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배출가스 불법조작을 적발한 벤츠 차량은 ‘유로6’ 디젤 승용 12종3만7000여대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생산된 대형 세단 S350 1만2269대, 대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E 9852대, 중형SUV 7967대 등이다.

환경부는 벤츠가 인증시험 때와는 달리 실제 도로 운행 때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의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장치 가동률을 저감하는 방식의 불법조작 프로그램이 임의로 설정돼 질소산화물이 실내인증기준 0.08g/㎞의 최대 13배 이상 과다하게 배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벤츠가 한국에 판매한 디젤 차량 불법조작 의혹은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에서 먼저 제기됐다. 독일 자동차청은 질소산화물 환원촉매 장치 중 요소수 제어와 관련한 불법 소프트웨어를 적발하고 결함시정(리콜)을 명령했다. 이후 환경부도 곧바로 해당 차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실도로 조건 시험 등을 통해 불법조작을 확인했다.

실라키스 사장의 해외 출국은 2015년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디젤 게이트’ 사태 당시 한국법인을 총괄해오던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의 모습과 닮아있다. 당시 아우디폭스바겐 한국총괄 사장은 국내 팔린 12만6000여대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혐의 재판 도중 독일로 출국하며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선례가 있다.

벤츠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불법조작 또한 아우디폭스바겐 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에서 차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본사에서 가져갔음에도 정작 성실히 조사에 응하지 않고 책임은 떠넘기는 외국인 사장 행태가 또 다시 반복될 모양새다.

벤츠는 지난달 초 환경부 발표가 나온 이후 곧바로 “환경부 발표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공식 입장을 냈다. 이번 사태에 대해 2018년 5월에 모두 생산 중단된 유로6 배출가스 기준 차량만 해당되는 사안이어서 현재 판매 중인 신차는 이후 생산됐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고 부인했다.

벤츠 관계자는 “독일 본사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한국법인도 본사 지시에 맞춰 불복했고, 본사에서 나오는 최종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벤츠는 지난 2016년부터 BMW를 제치고 줄곧 수입차 시장 1위를 수성했다. 실라키스 사장이 부임한 2015년 한국에서 연 4만7000여대 팔렸던 벤츠는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신규 등록은 7만8000여대 달했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만2145대로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다음으로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차가 벤츠가 됐으나 정확한 배출가스 조작 경위를 놓고선 애써 피해가며 사과문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으로 복귀해 임기 마무리 시점에서 공개 사과를 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검찰 조사 등이 예상되자 한국 근무 일정을 본사에서 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배출가스 조작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벤츠코리아 근무 기간은 더 길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9월부터 벤츠 한국법인 총괄을 맡아온 실라키스 사장은 3년의 정식 임기를 마치고 사업성과를 독일 본사로부터 인정받아 2018년께 임기가 연장됐다. 실리키스 사장은 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직함 외에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4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4월 유럽상의 회장을 한 차례 연임하면서 임기가 2년 더 연장됐으나 벤츠 미국법인으로 발령나면서 중도에 그만두게 됐다.

하종선 법인법인 바른 변호사는 “미국에선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선례가 있어서 독일처럼 벌금 등으로 합의를 안 해주고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서 “우리 검찰도 독일 본사 차원의 조작이 이뤄졌으면 독일 검찰과 공조 수사를 하는 식의 적극적인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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