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금융권 상반기 어닝시즌 돌입기준금리 하락 탓에 대부분 순이익 감소KB금융, 140억원 차이 선두 역전 유력신한금융, 라임사태 선보상 지출에 발목
특히 사모펀드 배상 문제가 순이익 선두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인데 금융권 사모펀드 금융 사고의 ‘무풍지대’로 꼽힌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분기 기준 순이익 순위 선두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주 중 4대 금융지주가 잇달아 기업설명회를 열고 상반기 경영실적을 공개한다.
KB금융지주가 오는 21일 가장 먼저 실적 발표에 나서고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각각 23일과 24일 실적을 공시한다. 아울러 우리금융지주도 이번주 중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비상장 금융지주인 농협금융지주도 이달 안에 실적을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1분기에는 각 금융지주가 코로나19의 영향에도 예상보다 선방한 실적을 냈다. 1분기 실적에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일부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1분기보다 올해 1분기의 순이익이 늘었고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줄었으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석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1분기는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2분기는 상황이 매우 어렵다. 최근 증권가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하나금융을 뺀 나머지 3개 회사는 1년 전보다 상반기 순이익이 7~16% 안팎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분기 실적 하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은행들이 이자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의 규모가 줄어들었고 연이은 금융 사고에 대한 배상금 지출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주요 금융지주 2분기 순이익 현황을 살펴보면 KB금융이 8501억원으로 2분기 순이익 전망 1위를 차지했고 신한금융은 8361억원의 이익이 예측되며 뒤를 쫓았다. 3위 하나금융은 5762억원, 4위 우리금융은 4163억원의 이익 시현이 예측됐다.
2분기 이익만 따져서 1년 전과 비교해본다면 하락폭이 심상찮다. 우리금융은 1년 전보다 이익 규모가 23.5%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고 신한금융이 16.1%, KB금융이 14.2%의 이익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이익 감소세가 적은 하나금융의 감소세 전망치도 10.4%에 이른다.
분기별 기준으로 KB금융이 신한금융에 순이익 규모가 앞선 것은 2019년 4분기 이후 2개 분기만이다. 다만 두 회사 간의 이익 격차는 불과 140억원으로 다음 분기의 경영 상황에 따라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초박빙 상황이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 신한금융에 2029억원 차이로 2위에 랭크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증권시장의 변동성 악화로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체 헤지 손실이 발생하면서 KB증권의 영업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분기는 상황이 다르다. 금융투자업계를 들썩이게 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그룹에서는 손실 선보상 지출이 반영될 전망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약 1600억원의 충당금 반영이 전망되고 있다.
결국 KB금융은 1분기 증시 변동성 확대 때문에 쓴맛을 봤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사모펀드 대란을 비켜간 덕분에 신한금융을 밀어내고 2분기 선두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됐다.
물론 상반기 기준으로 본다면 여전히 순이익 1위는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1분기 실적과 2분기 전망치를 합해 1조76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1조5796억원의 순이익을 낸 KB금융에 앞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이 이처럼 줄어드는 점도 문제지만 가장 큰 우려는 수익성과 건전성의 동반 악화 문제다. 두 번의 연이은 기준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올 2분기 각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은 1%대 중반으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4대 금융지주의 NIM은 모두 1%대 중반에 다다랐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분기 기준 그룹 NIM이 각각 1.86%, 1.84%를 기록하고 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그룹 NIM은 각각 1.62%, 1.63%를 나타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때마다 NIM도 약 0.01%포인트씩 내려간다는 것이 통상적 해석인 만큼 지난 3월의 금리 하락이 반영된다면 상당 폭의 수익성 악화가 전망되고 있다.
여신 건전성 문제도 우려할 수준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대출 총량이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른 부실 여신 대응력도 줄어들고 있다. 부실 대출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예비자본 적립 수준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 잔액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NPL커버리지 비율)은 일제히 하락세가 계속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는 충당금을 더 쌓아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지면 비용 지출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상당 기간 금융지주의 실적 그래프는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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