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사 계획 공시 후 기관·외국인 대상 컨콜 개최1조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배제···“개미 호구냐” 분통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22일 사장단을 불러모아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가 불거진 지금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으로 고객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거죠.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LG그룹의 경영이념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화상 회의로 열린 이날 자리에는 최근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LG화학의 수장, 신학철 부회장도 참석했습니다. LG화학은 지난주 배터리 사업의 분할 상장 계획을 밝히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데요. 그간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패닉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 가치를 강조하던 LG와 LG화학에 등 돌린 소액주주들. 무슨 사연일까요?
LG화학은 지난 17일 오후 1시 회사분할 결정을 전격 공시했습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전지(배터리)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4개 사업부문 중 배터리 사업을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물적분할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던 배터리 사업 분사 소식에 주가는 크게 흔들렸죠.
LG화학은 요동치는 주가를 잡기 위해 분할 발표 후 세 시간 뒤인 오후 4시 컨퍼런스콜을 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만 참석했다는 거죠. 통상 컨퍼런스콜은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열리기에 사전에 일시나 장소, 온라인 컨콜의 경우 접속 경로를 IR 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날 컨콜은 사전에 아무 공지도 없이 진행됐습니다. 심지어 개인 투자자들은 컨콜 다음날인 18일 오전에야 해당 내용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분할 결정 직후 세 시간만에 열린 만큼 사전 안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기관과 외국인만을 상대로 열어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의 해명입니다만, 개미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죠.
실제 배터리 분할 발표를 전후해 개인 투자자와 기관·외국인의 매매 동향에선 이같은 특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개인은 17일 이후 22일까지 5거래일동안 4204억원 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외국인은 3746억원, 기관은 41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분할 이슈에도 외인과 기관은 차분한 반면 개인의 패닉셀이 집중된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현재 LG화학 소액 주주는 11만6954명, 지분 54.33%를 보유 중입니다. 이들은 주가가 저점을 찍은 지난 3월 19일 이후 이달 16일까지 9720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개인은 오늘(24일)도 696억원 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LG화학 주가는 일주일 새 15% 넘게 빠지는 중입니다.
LG그룹은 기업활동의 목적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를, 회사 운영 원칙으로 ‘인간존중의 경영’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구 회장이 사장단 40여명을 모아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지목한 것도 이같은 원칙을 다시금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LG화학의 후진적인 주주 대응에 개인 투자자들이 분노한 것도 이 때문이겠죠. 뿔난 개인들의 매도세는 한동안 지속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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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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