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금투협 모범규준 변경···금리산정·공시 의무 강화미래·삼성·대신 등 일제히 금리 내려···키움·KB는 '검토 중'동학개미 상대 ‘이자장사’ 몰두 비판, 납득 가능 설명 필요
금융당국이 신용거래융자 제도 개편을 요구한 건 증권사들이 고금리 대출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각 때문입니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대출 제도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주식투자)’로 불립니다. 올해 동학개미운동 여파로 빚투 규모는 사상 최대인 18조원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를 내어주고 최대 연 10%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통상 빌려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도 높아지는데, 증권사별로 최저~최고 금리 편차가 심한데다 이마저도 금투협 모범규준을 토대로 증권사가 자율로 금리 수준을 산정하고 있어서 투자자 불편이 컸습니다.
가령 한국투자증권은 7일 이내에 갚으면 4.9%, 60일을 초과하면 9.9%의 금리인 반면 키움증권은 7.5%과 9%를, 미래에셋대우는 6%과 6.9%를 각각 적용받게 됩니다. 하나금융투자는 30일 이하는 9.5%, 90일을 넘으면 10.5%를 적용해왔습니다. 적금 하나를 들 때도 금리를 따져보게 되는데, 증권사별로 5%포인트 이상 금리 차이가 나버리니 당국이 손질에 나선 겁니다.
개편안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보다 투명하게 금리를 정하고, 자세하게, 쉽게 공시하라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증권사는 자율로 측정한 조달금리 대신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금리를 산정하게 됩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으로 증권사들의 대출금리가 평균 연 1%포인트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개편안 적용을 앞두고 주요 증권사들은 대출금리를 서둘러 내렸습니다. 지난 9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대신증권을 필두로 10월 NH·한국투자증권, 11월 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도 대출금리를 0.5~1%포인트씩 인하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증권사들은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는데요. 개인 투자자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이 대표적입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1월 정한 ▲7일 이하 7.5% ▲7~15일 8.5% ▲15~90일 9% ▲90일 초과 9.5%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8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주최한 5개 증권사(미래·한국·삼성·대신·키움)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중 유일하게 금리를 하향 조정 하지 않았는데요. 키움증권은 금리 하향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KB증권 역시 지난해 11월 정한 90일 초과 시 9.7%의 금리를 향후 8.7%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0월 비대면계좌인 나무계좌의 금리는 기존 9.8%에서 9.4%로 내렸지만 영업점 계좌 금리는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의 압박에도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즉각 내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금리를 내리면 저금리에 신용융자 물량이 더 늘어날테고,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빚투 수요가 몰리며 일부 증권사들은 하반기 들어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증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신용융자 한도를 소진했기 때문인데요.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 7월과 9월 두 번이나 신용융자 거래를 중단했고 KB, 한국, NH, 신한금융투자 등도 신규 신용융자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이율을 낮춰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리스크 관리도 생각해야 한다”며 “증권사는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만 신용융자를 내줄 수 있어서 한도 내에서만 관리가 잘 된다면 굳이 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증권사 금리산정 기준이 바뀌고 해당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고 해도 대출금리를 반드시 내려야하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동학개미를 상대로 ‘이자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금, 투자자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제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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