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보스>는 바로 그런 일타쌍피, 아니 일타삼피의 브랜드로 각 분야에서 전설이 된 리더들의 이야기와 특성을 다룬다. 저자인 시드니 핑켈슈타인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 경영대학원 교수는 10여년간 200차례 이상 인터뷰를 실시하고, 수천 개의 자료를 살피고 사례연구를 통해 경제·정치·금융·IT·패션·스포츠 등 여러 산업에 걸쳐 업계를 주름잡는 간부 수백 명을 조사해 공통점을 추출했다. 여기서 핑켈슈타인 교수가 내린 결론은 인재 양성이다. 이 책의 차별성은 빅 데이터나 심리학 기반이 아닌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인적 자원을 누구보다 잘 키워내는 소수의 사람에 대한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흔히 슈퍼보스하면 하나하나 손잡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자애로운 양육형을 떠올린다. 핑켈슈타인 교수는 그런 이상적 유형 외에 전통파괴형, 최고지향형등의 슈퍼보스 유형이 더 존재한다고 말한다. 전통파괴형은 기존 관습이나 우상(icon)을 깨버리는 보스(Iconoclasts)다. 장인정신으로 후학에게 영향을 미치는 예술가형이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인재양성에 힘을 쓰진 않지만 주변에 열정을 전염, 저절로 크도록 자극을 준다.
다음은 최고 지향형이다. 경쟁에서 이기고 영예(glory)를 누리려는 보스(Glorious Bastards)로 승리를 중시한다. 이들은 직원들을 가혹하게 꾸짖고 다그친다. 비록 처음엔 울고 들어갈망정, 야심찬 인재들이 줄을 선다. IT업계의 인재사관학교라 불리는 오라클의 설립자인 래리 엘리슨이 그 대표적 예다. 래리 앨리슨은 MBR(Management By ridicule. 모욕에 의한 경영)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와 일해 본 사람들은 “오라클에서 보낸 1년이 다른 회사에서 7년 일한 것과 비슷하다”며 '도그 이어(dog year)'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개의 수명으로 따지면 1년이 사람에겐 7년에 해당한다는 뜻에서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스타플레이어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통한다는 설명이다.
찐 슈퍼보스와 사이비리더의 구별법은?
이 책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내용은 사이비 리더와 ‘찐 슈퍼보스‘ 구별법을 지표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디테일의 힘을 아는 리더와 마이크로 리더, 좋은 리더와 슈퍼보스, 최고지향과 갑질 리더, 그리고 긍정적 이직과 부정적 이직은 어떻게 다른가가 명료하게 비교된다.
갑질 리더와 최고 지향형 슈퍼보스는 둘 다 구성원을 몰아붙이고 밀어 붙인다는 점에서 겉으론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심리적 안전성 보장 여부를 놓고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 성장 기회를 주는지, 아니면 박탈하는지를 놓고도 차이가 난다. 악질상사가 쓸데없는 일을 해 노력의 배신을 하는 개고생을 시킨다면 최고지향형은 쓸모 있는 고생을 통해 실력과 경력를 키워준다. 갑질 보스들은 자신보다 나은 재능을 가진 사람을 견디기 힘들어하지만 슈퍼보스는 환영한다.
이 책에서 ‘좋은 상사는 유능하고 선하며, 스스로 효율적으로 일한다고 평가받는 리더’로 정의된다. 즉 표준화된 형이다. 반면에 슈퍼보스는 지표와 직관의 균형을 맞춘다. 한가지 척도와 트랙만을 고집하기보다 개인에게 맞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더십에서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마이크로 좀생이 리더와 디테일 리더다. 현장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은 멋져 보이는데, 구석구석 참견하는 것은 좀스러워 보이는 것, 어떻게 둘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선 위임의 유연성으로 구분한다. 마이크로 매니저는 구성원을 무조건 신뢰하지 못해 위임을 두려워한다. 반면 게으른 무임승차 리더들은 생각 없이 모두 전권을 넘기고 수수방관한다. 반면에 디테일 매니저인 슈퍼보스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감독할지를 세밀하게 관리한다. 술술 흘러가도록 두되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출동해 개입해서 불을 끌 수 있는 소방관과도 같다.
또 인재육성법에서 일반 리더들은 사다리식으로 경력개발을 하지만 슈퍼보스는 다양한 정글짐식 개발을 한다. 보통의 리더들은 규정된 역량모델에 따라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훈련이나 코칭 등을 등급별로 질서정연하게 실시, 사다리를 올라가게 경력을 이끈다. 반면에 슈퍼보스들은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맞춤화된 정글짐식 발전법을 제시한다.
끝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직률의 구별이다. 통상적으로 이직률은 리더십의 평가 지표다. 갑질 리더가 있는 회사도 이직률이 높지만 슈퍼 보스가 이끄는 조직에서도 인재이탈이 적잖이 일어난다. 최고의 인재들, 정말 뛰어난 사람과 일하면 치를 수밖에 없는 대가이기 때문이다. 긍정이직과 부정이직은 어떻게 구별할까. 사직 이후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슈퍼보스는 인재가 떠난 이후에도 끈끈한 네트워크로 이어진다. 다른 장소에서 엄청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고의 인재들이 떠나는 것은 당연하기에 인정하고 축하하고 응원한다. 슈퍼보스 클럽, 옛 직원, 고객, 거래처들, 측근들로 이루어진 대가족의 영구회원이 되어 오히려 네트워크 확장의 기회로 삼는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의문 하나가 생길 것이다. 이런 슈퍼보스와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온몸을 다해 일하라”다. 슈퍼보스 밑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며 열정을 다해 일하면 하이 프로핏이 보장된다. 단 명심할 것은 준비되지 않았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슈퍼보스의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 리더로 기억될 것인가?
조직에서의 성공,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조직에서 어느 직위까지 올라갔나’를 먼저 떠올린다. 필자가 퇴직한 관리자들을 만나 접한 내용은 현직과 온도가 다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후배들을 얼마나 성장시켰느냐‘를 지표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에서 승진엔 운이 따르지만, 육성은 본인의 실력이 오롯이 작용해서다. 퇴직한 리더들은 회사를 떠난 뒤에도 “그 때 선배에게 배운 것, 아직까지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고 회고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현역을 떠난 후, 그런 후배를 몇명이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처럼 후배를 대한다면 슈퍼보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은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떤 리더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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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안민 기자
peteram@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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