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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없는 ‘이채원펀드’···사장 바뀐 후 2200억 빠졌다

이채원 없는 ‘이채원펀드’···사장 바뀐 후 2200억 빠졌다

등록 2021.02.24 14:52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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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바뀌니 펀드 환매 속도 빨라졌나간판 펀드는 3개월 간 600억 이상 이탈설정 규모 5000억 이상 펀드 조차 전무

이채원 없는 ‘이채원펀드’···사장 바뀐 후 2200억 빠졌다 기사의 사진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사퇴한 이후 대표적인 펀드 브랜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 시리즈의 자금 유출 속도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채원 전 대표가 사의 표명하기 전 한투밸류운용의 주식형 공모 펀드 전체 설정액은 1조5700억원이었는데, 이석로 대표로 교체된 현재는 1조358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약 3개월 가량의 시간 동안 펀드 자금이 2200억 이상이나 빠져 나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중 이채원 전 대표의 브랜드였던 ‘10년투자’ 시리즈를 중심으로 자금 유출 속도가 빠른 모습이다. 시리즈 펀드의 모펀드이자 간판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는 이 전 대표가 떠난 후 6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했다. 이 펀드는 사의표명이 알려지기 전 하반기 설정액 4000억원이었지만 현재는 34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투밸류운용은 그동안 다른 운용사들이 ETF(상장지수펀드)에 집중하는 동안 공모펀드 시장에만 주력해왔는데, 설정 규모가 5천억 이상인 펀드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런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개, 삼성자산운용이 13개, KB자산운용이 2개 등 이들 경쟁사들이 각각 5천억 이상의 펀드(MMF 제외)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모펀드인 ‘한국밸류10년 펀드’ 순자산도 한 때 1조6천억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반의 반 토막도 더 난 상태다.

이채원 없는 ‘이채원펀드’···사장 바뀐 후 2200억 빠졌다 기사의 사진

◆한때 최고 수익률 400%였는데 작년엔 수익률 ‘마이너스’ = ‘한국밸류10년투자’ 시리즈 펀드는 ‘가치주 대명사’인 이채원 전 대표가 2006년에 만든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에서 시작됐다. 이후 나온 펀드들이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전환형’,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 펀드 등인데 금투업계에서는 이들을 통틀어서 이른바 ‘이채원 펀드’로 부르곤 했다.

‘가치 투자’라는 그의 투자 철학이 담긴 이 펀드는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해 끈기 있게 기다린 뒤 차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돼왔다. 그 결과 한 때 400% 넘는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설정 규모도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1000억원을 대준 덕분에 2006년 출시 1년 만에 운용규모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이후 ‘이채원 펀드’는 시장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특히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가치투자의 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바이오·2차 전지 등 성장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펼쳐지자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기 때문이다.

수익률마저 작년 한 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작년 3월에는 간판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 수익률은 -20%가 넘었다. 그 이후에도 0% 이내의 지지부진한 수익률은 계속됐다. 가까스로 작년 증시 호황으로 수익률은 플러스(작년 1년간 기준)로 돌아섰지만, 코스피 연간 상승률(36%)에 못 미치는 겨우 7%를 기록했다. 저조한 수익률은 펀드의 몸집을 더 줄게 만들었다. 4년 간 펀드자금이 1조원 이상이나 유출되자 투자자들의 항의도 점점 거세지면서 이채원 전 대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여의도를 떠나게 됐다. 그가 떠난 후 펀드 환매 속도는 더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랜드 못 따라간 투자법···이석로 구원투수 역할에 기대 = 이 전 대표는 주로 저 PER(주가수익비율)주 위주로 편입해오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한마디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가치주를 선호해온 셈이다.

실제 간판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의 구성 종목만 봐도 엔케이맥스의 비중이 10.94%로 가장 크다. 이 외에도 KISCO홀딩스(7.27%), 디티알오토모티브 (6.46%), 선진(6.46%), 세방(5.93%), 넥센(4.86%), 동원개발(3.87%), 영원무역홀딩스(3.86%) 등이다.

이렇듯 싼 종목을 장기 보유해 수익을 남기는 이 전 대표의 투자 스타일은 이미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한국밸류10년’ 펀드 수익률이 부진하기 시작했던 최근 4년간 시장 트랜드를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1년간 포트폴리오 변화도 거의 없는데다 펀드 회전율도 57%로 낮은 편이었다.

현재 금투업계는 이석로 신임 대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이채원 전 대표 투자 스타일은 일단 유지하되 이전보다 포용적인 관점의 투자전략을 세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장기적으로는 저평가주 투자는 지속하지만 성장주나 4차산업 등 현 시점에 걸맞는 투자도 단행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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