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및 신년 계획 수립 마치고 중도 사임롯데온 작년 거래액 7% 성장 그쳐외부 전문가 영입 통해 쇄신 드라이브
롯데지주는 지난 25일 조 대표가 건강이 악화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약 14개월만이다.
특히 롯데지주는 보도자료를 통해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등의 사업을 이끌어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롯데온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그의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조 대표와 롯데온에 대한 내부의 부정적인 평가를 외부에 직접적으로 공개한 셈이다. 이 때문에 조 대표의 사임이 사실상 경질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 역시 롯데온에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달 열린 올해 첫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낸 바 있는데 이것이 롯데온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는 1996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 ‘롯데닷컴’을 선보였으나 현재 이커머스에서는 크게 뒤쳐진 상태다.
갑작스러운 사임 시점 역시 ‘경질설’의 이유 중 하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인사를 두 차례나 단행하고 여러 대표이사와 임원을 교체했는데 조 대표는 두 인사에서 모두 자리를 지켰다. 매년 상반기 새해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열리는 그룹 VCM에도 조 대표가 참석했다. 올해 롯데이커머스의 사업 계획까지 조 대표가 모두 마련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은 신 회장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하는 데 그쳤다. 롯데쇼핑의 7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합친 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을 특수를 누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운 성적이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대비 19.1% 성장했고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은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3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계 선두인 쿠팡의 결제액은 40% 가량 성장한 20조원에 달해 롯데온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의 감사도 이뤄졌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은 지난해 말부터 약 3개월간 롯데이커머스에 대한 감사를 벌이며 롯데온 출범 과정과 실적 등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롯데이커머스는 2018년 롯데쇼핑이 롯데닷컴을 흡수되며 신설된 조직으로 지주의 감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에서는 계열사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받는 정기 감사로 컨설팅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질책성 감사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롯데지주는 롯데온을 정상화 시킬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조 대표의 공석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외부 전문가 영입을 공표한 만큼 롯데온이 지나치게 경직된 롯데 내부 문화를 버리고 완전히 환골탈태 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그동안 롯데 내부에서는 오프라인 백화점 중심의 사고를 가진 이들이 유통업의 변화와 쇄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여러 오프라인 사업들이 좀처럼 통합하지 못하는 것 역시 백화점 라인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롯데쇼핑의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이마트의 체질 개선에 일부 성공한 것 역시 롯데에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019년 10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강희석 대표를 선임한 후 할인점 본연의 경쟁력 강화, 부실 전문점 사업 축소 등 강력한 체질개선을 추진해 지난해 실적을 대폭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마트는 최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강 대표에게 SSG닷컴까지 맡기며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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