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이 매분기 30%를 넘었습니다. 2003년 이후 분기 흑자율이 30%를 넘긴 것은 단 5번인데, 그중 4번이 지난해에 나온 것입니다.
흑자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분기에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35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 5,000원으로 4.9%나 감소했지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2분기에는 소득이 4.8%늘고 지출은 1.4% 증가했습니다. 3·4분기에는 소득이 각각 1.6%, 1.8% 증가, 가계지출은 2.2%, 0.1%씩 감소했습니다.
이렇듯 불경기가 이어지는 상황에 코로나로 이중고를 겪었음에도 높은 흑자율을 기록한 것은 지출을 크게 줄였기 때문.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들은 물론, 영업제한 등으로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 사람 또한 많았기 때문일 텐데요.
이렇게 소득 증가가 아니라 소비지출 감소로 흑자율이 높아지는 것을 불황형 흑자라 부릅니다. 사상 최대 흑자율을 기록했지만 ‘불황형’이라는 명칭에서 느껴지듯 긍정적이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고용시장은 악화일로를 이어가 지난달 실업자 수는 20만1,000명 증가한 135만 3,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역대 최다 실업자 수인 것인데요. 2030 청년층의 실업률도 1.1%P 상승한 10.1%를 기록했습니다.
실질적인 소득은 줄고, 고용 또한 점점 불안해지는 가운데 무늬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가계의 현실. 잡히지 않는 집값, ‘영끌’과 ‘빚투’ 등 불안 요소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데요.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간 후 폭발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보복소비’의 광풍을 우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반갑지 않은 흑자’라는 위기 이후 더 큰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각자 현명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seok@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