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샐리 예이츠 영입 등 ‘막판 뒤집기’ 총력거부권 촉구하던 조지아주, LG·SK 합의 입장 선회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합당한 배상 받겠다” 강조
SK이노베이션은 남은 기한 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LG화학은 합당한 합의금이 아니면 합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약 3조원 가량을, SK는 1조원 안팎의 합의금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마지막까지 신경전을 펼치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간 내내 긴장감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 대통령의 ITC 판결 거부권 행사 기간은 오는 4월 11일까지며 이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은 유예기간을 받은 폭스바겐과 포드를 제외하고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생산·수입이 금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낸 샐리 예이츠(Sally Yates)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이츠 전 차관은 바이든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거론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 명망이 높은 인물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된 예이츠 전 차관은 곧장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예이츠 전 차관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는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 등 미국의 공익(Public Interest)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미국 워싱턴 D.C에서 주요 인사들을 만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미국 항소법원을 통해 항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에서 승기를 쥔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도 강경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5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합당한 배상을 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믿고 오늘도 기술개발에 매진 중인 전세계 기업들과 내가 쓰는 제품이 합벅적으로 만들어졌을 거라 믿고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며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우군이었던 조지아주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LG와 SK의 합의로 입장을 선회한 점도 LG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조지아주 상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LG와 SK의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초 대통령 거부권을 통해 ITC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이 같은 조지아주 의회의 입장 변화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대규모 투자 계획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이 타격을 받을 경우 2600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 무산될 것을 크게 우려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만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직접고용 4000여명을 포함해 1만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조지아주의 우려는 어느정도 희석됐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배터리 업계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쪽 모두 다방면으로 어필을 하고 있으나 그동안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ITC 판결을 뒤집은 전례가 없는 만큼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친환경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우려도 ITC 유예기간 부여와 LG의 추가 투자 계획 등으로 대부분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직까지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나 빠른 합의에 나서지 않으면 치열한 배터리업계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도태될 수 있는 만큼 양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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