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젠트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EDGC가 이번엔 ‘황금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EDGC는 경영진이 강제로 해임될 경우 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새로운 규정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경영안정화를 꾀한다는 복안이지만,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게 일부 주주들의 생각이다.
‘황금낙하산’은 기업 경영진의 적대적 M&A 방어 수단을 뜻한다. EDGC처럼 대표 강제 해임 시 대규모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M&A에 관심있는 큰 손들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황금낙하산 규정은 주주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DGC처럼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에선 주주들에게 더욱 불리하다. 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진을 교체할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EDGC는 솔젠트(비상장 관계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추측된다. EDGC는 지난해 말 솔젠트 임시주총서 주주연대와의 표 대결에서 패했고, 결국 경영권을 석도수 대표에게 내줬다. 대주주라도 언제든지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학습한 셈이다.
일부 EDGC 주주들은 황금낙하산 규정이 적대적 M&A 방어 수단이 아닌 꼼수라고 보고 있다. 솔젠트처럼 경영권을 잃게 되더라도 한몫 챙기고 떠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상철·이민섭 대표는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해임되더라도 천문학적인 보상금만 받으면 끝이다.
물론 EDGC 외에도 최근 마크로젠 등이 황금낙하산 규정을 만들었다. 마크로젠은 한술 더 떠 대표이사에게 100억원, 이사에게는 50억원을 지급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문제는 마크로젠의 실적이 EDGC와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다. EDGC와 같은 바이오기업인 마크로젠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찍었다. 연간 7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황금낙하산으로 적대적 M&A를 방어하겠다는 논리가 충분히 납득될 수 있다. 잘못된 경영에 책임을 물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면 EDGC는 5년째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지난 2016년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한번도 이익(연간 기준)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63%나 늘어난 매출을 기록하고도 5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연구개발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EDGC가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황금낙하산 규정을 신설한 건 경영진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황금낙하산을 통해 인정한 꼴이다.
EDGC는 창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주들에게 제대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진단키트 유통사인 EDGC헬스케어와의 합병으로 급한 불을 껐을 뿐이다. 지난해 재무제표가 개선된 것도 EDGC 자체 영업능력보다 합병효과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솔젠트의 진단키트 판매로 주가를 띄우기도 했던 EDGC는 그간 각종 인증과 업무협약을 ‘성과’로 홍보해왔다. 정작 EDGC의 핵심 사업인 ‘액체생검’ 서비스는 아직 안갯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시아 지역 최다 보유 유전자 데이터’의 실체가 있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수익성 개선 노력이 안 보이는 외형성장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잃어버린 주주신뢰를 되찾고 바닥 친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눈 가리고 아웅’식 태도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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