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 경제수석 이어 경제비서관 이형일 차관보장관 교체 전망 속에 기재부 출신들이 후보로 거론‘동네북’ 기재부 사기↑···정권말 책임만 떠안을 수도
문 대통령은 31일 신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를 선임했다. 지난 29일 신임 정책실장으로 이호승 경제수석을 올린 데 이어 전일 경제수석에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을 내정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핵심 라인인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경제정책비서관 등이 모두 기재부에서 1차관과 2차관, 차관보를 거친 인사로 짜여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하성부터 김수현, 김상조 실장까지 모두 학계 인사들이 주로 맡았다. 정책실장·경제수석·경제정책비서관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이명박정부 말 김대기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기획예산처)과 최원목 경제정책비서관(기재부) 이후 8년 만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분야 정무직 인사는 대내외 엄중한 경제상황에서 후반기 현안과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곳간에서 돈을 더 빼 쓰자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기재부는 이를 저항하는 세력으로 간주돼 정치권에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재난지원금 관련 기재부와 마찰이 발생하자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비판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을 협의할 때 홍남기 부총리에게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질타하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과거 행정고시와 연수원 성적 상위권만 지망해왔던 기재부가 신입 사무관 부처 지망에서 정원 미달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기재부가 2020년도 신임 5급 공무원들의 부처 지망 순위에서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꼴찌를 기록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국가 경제의 콘트롤타워로서 행정고시 1등이 앞다퉈 지원하던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수습 사무관 정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힘의 중심이 청와대나 여당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무력해지는 공무원 사회의 상징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유력 대권후보들과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기재부 간의 대결구도는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더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으로 국회와 협력까지 끌어내야 한다는 판단이 이번 인사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많다. 청와대와 업무를 함께 추진했던 관료들이 콘트롤타워를 맡아 일하는 것이 정권 말 업무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교체 가능성이 높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 역시 기재부 출신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경제정책라인과 보조를 맞춰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집행하려면 기재부 출신이 적임일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에 따라 기재부 출신인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와 기재부간 업무 공유와 국정과제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기재부 위상 강화는 누적되는 인사적체 해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제외하고 주요 간부인 1·2차관과 예산·세제실장이 모두 바뀌었다. 지난 26일에는 임재현 전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에 임명됐다. 이호동 전 재정관리국장도 최근 신용평가 전문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다만 툭하면 “기재부 나라냐”는 말을 앞세우며 기재부가 동네북이 된 상황에서, 정권 말 모든 책임이 기재부나 관료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재부 출신이 각광받는 것에 대해 일종의 정권 레임덕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권 말 정책 일관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국정과제 추진에는 관료 중심의 경제팀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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