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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헌 원장, 품격 보여줄 차례

오피니언 기자수첩

[주현철의 금융찍먹]윤석헌 원장, 품격 보여줄 차례

등록 2021.04.12 07:51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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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최근 치러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오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힘이 거둔 압승인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완패다.

이 같은 결과의 이유는 자명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을 시작으로 최근의 LH 사태를 겪으면서 민심은 현 정권에게서 등을 돌렸다. 촛불혁명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커다란 실망, 그리고 배신감이다.

배신감의 사전적 의미는 ‘믿음이나 의리의 저버림을 당한 느낌’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지저분한 감정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배신감을 느끼는 조직이 있다. 다름 아닌 금융감독원 직원들이다.

이들은 13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윤석헌 원장을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윤 원장은 이 믿음을 보란 듯이 저버렸다.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던 직원을 승진 발령시키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한 많은 직원들에게 씻지 못할 배신감을 안겼다.

공정성이란 잣대로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할 당국 수장이 금융사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람을 승진시킨 것이다. 내부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윤 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투쟁에 나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윤 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요구가 날아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원장은 채용 비리 사태에 대한 사과나 책임 표명 대신 연임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화답(?)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초 급부상했던 윤 원장 연임설은 금감원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수그러든 분위기다. 그러자 갈등을 빚던 지난주 윤 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청구를 취하하면서 휴전 모드에 들어갔다. 다만 노조는 윤 원장 연임이 이뤄지면 다시 민정수석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할 방침을 밝혀 불씨를 남겨뒀다.

이제 윤 원장의 임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러 악재 속에 연임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역대 금감원장이 연임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모두 임기 만료 전에 교체됐거나 스스로 사퇴했다. 임기를 다 채우고 ‘박수칠 때 떠난’ 전임 원장도 윤증현·김종창 전 원장 둘 뿐이다.

오는 5월 윤 원장이 임기를 마치면 역대 3번째로 임기를 만료한 원장으로 기록된다. 윤 원장의 3년이 노사갈등으로 끝을 맺기엔 여러 모로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제 윤 원장 스스로 품격을 증명할 차례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마지막을 원한다면, 취임 당시 자신을 반겨준 직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임기 종료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 외에 다른 선택지는 그에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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