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자성어를 선정한 최재목 교수는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금융감독원 노조가 무책임한 조직 운영과 인사 실패를 이유로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현직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지난달 단행된 금감원 정기인사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던 두 사람을 승진 발령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윤 원장의 퇴진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말 우리은행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부정입사자 전원을 퇴직 조치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공정성을 잣대로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할 감독당국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람을 승진시키고 감독의 대상이 되는 금융사는 올바른 조치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 한 것이다.
이에 윤 원장과 노조는 한 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상호간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이 났다.
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두 직원 승진과 관련해 ‘팀장 이하 인사까지 자세히 챙겨보지 못해 이렇게 분란이 일어날지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윤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흡’을 근거로 최고경영자(CEO)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다.
해당 법안은 ‘금융사가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금융사에도 사모펀드를 판매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 다만 내부통제 미흡이 CEO까지 중징계를 통보하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금감원의 내부 통제 미흡에 대한 책임 역시 윤 원장이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조가 요구한 ‘연임 포기 선언’에 윤 원장은 ‘인사는 인사권자의 영역’이라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몰랐다’고 윤 원장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는 오히려 인사권자로서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지난 1월부터 노조가 채용비리 연루자를 승진시키면 안 된다고 경고해왔는데, 윤 원장은 계속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장 자리는 정무직 공무원 자리다. 정무직은 책임을 지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입장표명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으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 하루 빨리 침묵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아시타불’의 행태는 그만두고 감독기관의 수장 자리에 걸맞은 결단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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