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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윤석헌 퇴진론···금감원장 임기완주 또 실패?

거세지는 윤석헌 퇴진론···금감원장 임기완주 또 실패?

등록 2021.03.17 07:01

수정 2021.03.17 10:40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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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원장 13명 중 임기 완주자 2명 뿐···연임자 ‘全無’최흥식·김기식, 연달아 최단명 사임 기록 경신 불명예연임 군불 때던 윤석헌, 비리연루자 승진 논란에 위기강경한 노조 “승진 취소·연임 포기 안하면 고발 불사”

사진= 금감원 제공사진= 금감원 제공

지난 2월 정기인사로 촉발된 금융감독원 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윤석헌 원장이 자진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자 청와대에 특별감찰을 요청하며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후 법적투쟁까지 예고하고 있는 만큼 윤 원장이 자진 사퇴를 결정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 원장이 실제로 사퇴할 경우 역사상 단 한 명도 연임한 사람이 없는 ‘금감원장 잔혹사’를 이어가게 될 전망이다. 1999년 금감원이 탄생한 이후 이곳을 거쳐간 역대 원장 12명 중 3년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람은 윤증현(5대)·김종창(7대) 전 원장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국민의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헌재 초대 원장이나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맡은 윤증현 전 원장 등을 빼면 대체로 좋지 못한 모양새로 금감원을 떠났거나 금감원을 떠난 후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대 원장인 이용근 전 원장은 ‘나라종합금융 로비 의혹’에 휘말려 퇴임 후 구속됐고 3대 이근영 전 원장도 정관계 로비 사건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초대 이헌재 전 원장과 4대 이정재 전 원장은 2006년 5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9대 최수현 전 원장은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지 않았지만 KB금융지주 전산 교체 내분 사태 등 금융권의 잇단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물러났다.

정권 교체나 관료 선후배 기수 문화를 이유로 물러난 이들도 있다. 6대 김용덕 전 원장은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10대 진웅섭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 관료 교체 과정에서 물러났다. 8대 권혁세 전 원장은 자신의 행정고시 후배인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이 임명되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

최근 금감원장 잔혹사에서 가장 시끄러운 역사를 장식한 인물은 11대 최흥식 전 원장과 12대 김기식 전 원장이었다. 최 전 원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에 휘말려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고 김 전 원장은 이른바 ‘셀프 후원’ 논란 속에 취임 후 2주 만에 금감원을 떠나야 했다. 최 전 원장과 김 전 원장은 나란히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금감원 12명의 원장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나마 2년을 넘긴 사람은 임기 완주자인 윤증현, 김종창 전 원장 외에도 권혁세(2년), 진웅섭(2년 10개월) 등 4명이 전부다.

윤석헌 원장은 진웅섭 전 원장의 2년 10개월 기록까지 넘어서면서 최근 10년간 가장 오랫동안 일한 금감원장으로 기록됐다. 역사상 첫 연임 금감원장도 노려볼 만했지만 최근 금감원 내 갈등이 불거짐에 따라 윤 원장 역시 남은 임기 2개월 완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윤석헌 원장의 임무해태에 대한 청와대 감찰 및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은 채용비리에 적극 가담한 김모 팀장이 내규상 승진 자격이 없음에도 승진시켜 금감원 직원의 임면을 결정하는 원장으로서 임무를 게을리했다”며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감찰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윤 원장에게 우호적이던 노조가 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정기인사 이후부터다.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정기인사를 통해 채모 팀장과 김모 수석조사역을 각각 부국장과 팀장으로 승진시켰는데 두 사람은 2014년과 2016년 전문·신입직원 채용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돼 각각 ‘견책’, ‘정직’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의 인사 발표 이후 노조 측은 감독당국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채용비리 여파로 상여금이 깎이고 일부는 승급이 제한되는 등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가운데 문제의 당사자가 승진자 명단에 올라 상실감이 크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이들 인사의 승진에 대해 징계에 따른 불이익 부과 기간이 지났고, 인사평가 결과가 우수해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사 기준에 없는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지난 5일 노조와 만나 인사 관련 태스크포스(TF) 신설 등을 제안하며 갈등 해소에 나섰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윤 원장은 지난 5일 노조와 만나 인사 관련 태스크포스(TF) 신설 등을 제안하며 갈등 해소를 도모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윤 원장은 국장급 이하 인사는 실무자에게 맡겼다는 취지로 언급했으며,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어 연임 포기를 말할 수 없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감원 임원들이 나서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부원장보급 이상 임원들은 지난 5일 김근익 수석부원장 주재로 내부회의를 열고 사태가 확산되는 문제와 관련해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원장 4명도 호소문을 내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내부 소통을 활성화하고 밝혔지만, 내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노조는 이번 인사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의 특별감찰 청구 이후에도, 법적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져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조 측의 형사소송이 현실화하면 윤 원장은 재임 기간 중 노조로부터 고발당하는 첫 금감원장이 된다. 사실상 최악의 불명예인 셈이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윤 원장은 채용비리 직원 승진 문제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연임 포기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에 이어 검찰 등 사법당국을 통해 법적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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