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 앞장···현대차·롯데 ‘전무’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 비율 대폭 상승10대 그룹 ESG 관련 정책 논의 위해 ‘ESG위원회’ 설치 속도
국내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은 사외이사제도 도입, 감사의 독립성 제고, 회계제도의 선진화, 주주 권리 강화 등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성 사외이사 확대, ESG위원회 신설 등의 노력이 돋보이고 있다.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에 사외이사 의장까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며 기업들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의장 역할이 중요하며 동시에 독립성 확보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상장사 이사회 의장을 분석한 결과 삼성과 SK그룹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현대차와 롯데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 16개 상장사 중 8곳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이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곳은 올해 변경된 삼성물산을 포함해 총 7곳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를 사외이사 최초로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정 교수는 삼성물산 ESG위원장으로도 위촉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부터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삼성전기는 비금융 계열사 최초로 2016년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현재는 김용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SK의 경우 지주사 SK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6곳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SK하이닉스, SKC, SK바이오팜, SK머티리얼즈 등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됐으나 사내이사가 의장직을 맡고 있는 상태다.
LG그룹은 13개 상장사 중 5곳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으며 이 중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4곳의 이사회 의장을 LG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권영수 LG 부회장이 맡고 있다. 지주사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현대차그룹은 작년말 기준 전 계열 상장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몽구 명예회장이 의장직을 21년간 맡아오다 작년 3월 정의선 회장에게 넘겼다.
롯데그룹도 10개 계열사 모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있지 않은 상태다. 단 롯데케미칼은 3월 이사회를 통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간 분리 가능성을 명시해 향후 독립적인 이사회를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비율이 상승하는 것은 ESG 강화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향후에도 이사회 의장 독립상 강화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양성 확대” 여성 사외이사 선임 증가=기업들은 이사회 다양성 확대를 위해 여성 사외이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00대 기업의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97명 중 여성은 31명으로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440명 중 여성 비율은 2020년 7.9%에서 올해 13.4%로 1년 새 5.6%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도 지난해 30곳에서 올해는 50개 기업으로 늘어나 100대 기업 중 절반은 여성 사외이사를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LG그룹은 올해 ㈜LG, LG전자,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지투알 등 5개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으며 내년에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계열사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에서 각각 1명의 여성이사를 선임해 총 6명이 선임됐으며 한화도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등 4개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뽑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과 여성 사외이사가 늘어나고 사외이사들이 직접 사외이사를 뽑는 등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는 과거에 비해 투명성과 공정성이 좋아지고 있다”며 “과거 거수기에 그쳤던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며 기업의 경영이슈 등을 감시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ESG위원회’ 설치, 역할 기대=기업들은 ESG경영이 대세로 자리잡자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0대 그룹 대부분은 ESG위원회를 설치하거나 대체조직을 마련한 상태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는 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를 두고 있으며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화재에는 ESG위원회가 설치돼있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ESG 관련 역할을 맡겼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도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설치돼 ESG경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SK도 장동현 대표와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꾸렸으며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에도 ESG위원회가 최근 신설됐다. 또한 SK그룹은 그룹 최고 협의·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와 글로벌성장위원회를 없애고 거버넌스위원회와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하며 ESG 경영에 힘을 주고 있다.
LG도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인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환경·안전, CSR, 고객가치, 주주가치, 지배구조 등 ESG 관련 분야별 전사차원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겼다. ESG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된다. LG그룹은 지주사 LG 외에도 13개 상장사에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SG가 이사회의 최대 아젠다가 되면서 이사회가 ESG를 감독하기 위해 설치할 거버넌스 구조도 중요해졌다”며 “ESG 이슈를 관리하는 것은 리스크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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