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광풍의 이면···‘묻지마 투자’ ‘영끌’ 금물구주매출·적정 공모가 등 꼼꼼히 따져야
광풍은 ‘숫자’로 증명된다. 공모주 청약에 수요가 몰리면서 3월 마지막주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 5곳의 일반청약 경쟁률이 모두 2000대1을 넘었다. 지난 1월 상장한 엔비티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4000대1을 넘었다.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1000대1’은 이미 흔한 숫자가 된 지 오래다. ‘영끌’과 ‘묻지마’가 난무하는 공모주 광풍의 단면이다.
하지만 신규 상장기업들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자이언트스텝(344.09%), 레인보우로보틱스(164.5%), 해성티피씨(160%) 등은 공모가 대비 전날까지 세자릿수 수익률을 낸 반면 씨앤투스성진(-31.09%), 나노씨엠에스(-9.25%) 등은 오히려 공모가를 하회했다. 공모주 투자가 무조건적인 수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씨앤투스성진은 마스크 브랜드 ‘아에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 1월 28일 상장했다. 공모가는 3만2000원으로 코스닥 새내기 치곤 높은 가격이었지만 일반청약에서 67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무난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돈 날은 상장 당일을 제외하고는 없다.
1월 코스피에 입성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역시 이달 초까지만 해도 공모가(3만2000원)를 한참 밑돌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816.76대1로 SK바이오팜(836대1) 못지 않았다. 일반청약에도 10조원 가량의 청약금이 몰리면서 상장 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을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공모주는 ‘숫자’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조차 상장 후 주가 향방을 묻는 질문엔 확답을 꺼린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의 공모가와 공모가 산출 방법, 구주매출, 최대주주의 의무보유확약 기간 등 상장 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우선 공모가 수준을 따져봐야 한다. 씨앤투스성진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481억원, 영업이익 642억원 수준이었지만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199억원에 달했다. 시총이 실적에 반드시 비례하진 않지만,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모가 산정 방식이 PER(주가수익비율)과 PSR(주가매출액비율), 감가상각을 고려한 EBITDA 방식 중 무엇인지, 피어그룹에 어떤 기업을 담았는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구주매출과 의무보유확약 기간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구주매출은 공모 자금이 상장사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 흘러가는 만큼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상장 예정 기업 중엔 SKIET의 구주매출 비중이 60%로 높다. 대주주의 의무보유확약 기간이 길수록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적어져 주가 급락을 막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다 깐깐한 심사를 하고 있다. 상장 예정 기업의 증권신고서를 들여다보고 공모가 수준, 매출 전망에 대한 근거, 조달 자금 사용계획 등이 미흡하다고 여기면 정정 요구를 하는 식이다. 실제 최근 이치피오, 아모센스, 라온테크, 제주맥주 등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증권신고서 정정 때문에 일제히 공모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자가 납득할만한 수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와 구주매출, 낮은 의무보유확약 등은 투자 신뢰도 하락의 요인일 뿐이다. 최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책임 경영과 주가 부양의 의지를 보여야 투자자 역시 기업을 믿고 자금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어(大漁)들의 출현으로 올해 공모주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현대엔지니어링,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 이름부터 화려한 대어급 기업들이 연내 상장을 공식화했다. 합리적인 공모가와 기업의 노력이 뒷받침되는 건전한 공모주 시장을 기대해본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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