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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에 우주항공까지 손 뻗는 한화

[기업,투자에 꽂히다]핀테크에 우주항공까지 손 뻗는 한화

등록 2021.05.06 08:02

수정 2021.05.07 09:07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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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들의 경영권 승계 경쟁...미래 신사업 투자로 후계자 ‘명분’김동원 전무는 디지털 금융, 김동관 사장은 그린수소에 올인 한화證, 두나무 투자로 잭팟...한화솔루션은 니콜라로 ‘곤혹’

핀테크에 우주항공까지 손 뻗는 한화 기사의 사진

화약과 방산사업으로 성장해 온 한화그룹이 핀테크·그린수소·우주항공 등 사업영역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 먹거리에 과감히 투자하며 경영승계의 명분을 쌓는 모습이다.

지난 2월 한화투자증권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 지분 6.15%를 취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퀄컴이 갖고 있던 물량 대부분을 사들이면서 두나무의 7대 주주에 올랐다.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등을 운영하는 두나무의 미래가치에 주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두나무 투자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연말 4000억원대였던 한화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주가 역시 지난 3월 한달동안 52.88% 상승하는 등 역대급 랠리를 이어왔다. 두나무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요 주주인 한화투자증권에 자금이 대거 쏠렸다.

두나무는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하나다. 만약 두나무가 나스닥에 상장될 경우 한화투자증권은 최대 10배 가량의 평가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10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을 경우, 한화투자증권의 지분가치는 6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한화투자증권이 ‘크로스앵글’에 4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크로스앵글은 암호화폐 정보 포털 ‘쟁글’의 운영사로, 증권사가 암호화폐 업체의 지분을 사들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같은해 싱가포르 핀테크업체 라이트넷에도 118억원을 쏟아부었다. 라이트넷은 조달자금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한화투자증권은 라이트넷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의 블록체인 기업인 캡브릿지도 한화투자증권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다. 캡브릿지에 48억원을 투자한 한화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관련 사업을 함께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도 지난 2018년 블루인덱스에 10억원을 투자하며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화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예술품 정보를 투명하게 거래하는 ‘예술품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투자다. 한화시스템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에이치체인을 통해 블록체인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스위스의 가상화폐거래소 ‘리케’에도 12억원을 베팅했다. 블록체인 금융과 가상자산 등 핀테크 분야에 폭넓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또 지난해 한화생명의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은 증권형토큰(STO) 거래소인 아이스탁스에 58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초에도 총 550억원 규모의 아이스탁스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핀테크 투자는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의 의사결정이 크게 반영됐다. 김 전무는 지난 2014년 한화그룹의 디지털팀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룹 차원의 핀테크 역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아직 김승연 회장의 후계자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김 전무를 비롯한 세 아들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투자를 경영승계 명분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 등 핀테크 부문에서 투자 성과가 두드러질 경우 김 전무의 입지는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반면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니콜라 투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항공·방산·신재생에너지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맡고있는 김 사장은 지난 2018년 수소전기트럭업체 니콜라에 1억달러(1200억원)을 쏟아부었다. 당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 지분의 6.13%를 확보한 바 있다.

니콜라는 지난해 6월 스팩 상장 당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주가가 65.9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80% 가량 떨어진 11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공매도 리서치업체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자체 기술이 없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평가이익은 투자원금의 2배 이상이지만, 투자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 사장의 입장이 난처해진 형국이다. 한화그룹은 사기 논란에 휩싸인 니콜라의 보유 지분을 최대 절반까지 처분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니콜라에 들어갔던 자금을 태양광과 그린수소 사업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차세대 태양광과 그린수소 사업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우주항공 산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공위성 기업인 쎄트렉아이를 1090억원에 인수했고,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개인항공기(PAV) 회사인 오버에어의 지분 30%를 289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한화시스템은 영국 위성 안테나업체 페이저솔루션의 자산 일체를 88억원에 사들여 ‘한화페이저’를 설립했다. 또 다른 위성 안테나업체 카이메타에는 330억원을 전략투자했다.

이처럼 한화그룹은 기존의 방산·석유화학에서 벗어나 큰 폭의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중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며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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