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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회장직 물러나는 홍원식···오너 빠진 남양유업 신뢰 회복 과연

17년 만에 회장직 물러나는 홍원식···오너 빠진 남양유업 신뢰 회복 과연

등록 2021.05.04 16:50

수정 2021.05.07 09:03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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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갑질· 가족 도덕성 문제에 불가리스 사태 결정타여전히 사내이사 3명 중 3명은 오너 ‘가족경영’ 문제 지적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코로나19 억제 효과 ‘불가리스 사태’ 대국민 사과.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코로나19 억제 효과 ‘불가리스 사태’ 대국민 사과.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홍원식 남야유업 회장이 취임 17년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홍 회장은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유제품 외길을 걸으며 남양유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그러나 2013년 불거진 ‘갑질’ 사태로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고 최근의 ‘불가리스’ 사태까지 기름을 부으면서 결국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회사에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홍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는 것은 2003년 회장 취임 이후 17년 만이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50년 태어났다. 경복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남양유업 기획실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90년 부친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남양유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으며 2003년에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남양유업을 분유업계 1위의 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을 다각화 할 때도 ‘유제품’과 관련된 영역에 집중하면서 전문 유가공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2010년 대 초까지는 ‘품질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2013년 불거진 ‘밀어내기 갑질’ 논란은 홍 회장에게 치명타가 됐다. 당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 갑질이 세간이 알려지면서 남양유업은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이후 여성 직원 차별, 과대광고와 노이즈마케팅, 경쟁사 비방 등 논란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휘말렸고 소비자들이 완전히 남양유업에 등을 돌리게 됐다.

홍 회장 역시 남양유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홍 회장은 2003년 건설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가 불거지자 대표직에서는 물러났으나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2013년 밀어내기 갑질 논란 당시 회사의 대국민 사과에도 홍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 매일유업의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 상에 지속적으로 게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수사까지 받았다.

가족들의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돼 보직 해임됐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이자 홍 회장의 외조카인 황하나 씨는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고, 현재는 절도 혐의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년간 지속된 남양유업의 논란들이 ‘폐쇄적인 가족 경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회장은 2003년 회장에 취임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놨고 이후 남양유업은 형식상으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구조처럼 돼있다. 그러나 홍 회장은 회장으로서 현재까지 남양유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의 이사회만 살펴봐도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홍 회장의 가족들이다. 한 명은 홍 회장이며 또 다른 한 명은 홍 회장의 모친이자 올해 93세인 지송죽 여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송숙 여사는 지난해 열린 이사회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도 2017년부터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한 명의 사내이사는 이광범 대표다.

홍 회장이 2013년부터 불거진 여러 논란들 끝에 8년만에 물러나면서 남양유업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그가 물러나는 것만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가족들이 남양유업의 지분 53%를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남양유업이 기존의 폐쇄적 지배구조를 탈피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쇄신안 등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다. 최근 불가리스 사태로 사의를 표명한 이광범 대표는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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