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참여 연구 ‘코로나 억제 효과’ 주장에 파장 확산불가리스 품절사태 주가 롤러코스터 소비자·주주 피해 무리한 마케팅 내부 자정기능 상실 의도적 행위 의심도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 16일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간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남양유업에 통보된 영업정지는 이 중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 한 바 있다.
이번 제재의 발단은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남양유업이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심포지엄에서는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는데,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이 실험 결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이 진행한 실험은 일반적으로 식품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손소독제와 같은 제품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인체 실험이 아니어서 인체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특히 남양유업이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 원숭이 폐세포를 사용했는데, 불가리스가 식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폐세포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로라는 점에서 이번 실험이 엉터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표 결과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험 내용과 결과 모두가 코로나19 억제 효과와 동떨어져 있는데, 면역 연구 전문가들과 단체가 참여한 연구에서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논란이 벌어진지 사흘만인 지난 16일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사과문을 내면서도 여전히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관철해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사과문에서 “지난 13일 심포지엄 과정에서 발표한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면서도 “세포 실험 단계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는 불가리스의 인플루엔자 H1N1 99.999% 저감 및 충남대 수의학과 보건연구실에서는 코로나 19 77.78% 저감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일부는 이 사과문에서 남양유업이 여전히 연구에 문제가 없다는 변명을 일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끊이지 않는 구설수로 몸살을 앓아온 남양유업은 이번 논란으로 도덕성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남양유업은 이미 갑질, 경쟁사 비방, 과대광고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라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신임을 잃은 상황에서 불가리스 관련 연구 결과까지 논란이 일면서 도리어 남양유업의 이미지를 더 훼손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을 불매하자는 글이 지속되는 중이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의 B2C 제품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자체브랜드(PB) 브랜드나 다른 유기업, 피자 프랜차이즈 등 남양유업이 B2B로 납품하는 사례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하고 있다.
주주들의 비판 수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심포지엄 전일인 12일 35만원이었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심포지엄 발표 다음날인 14일 장중 28.68%까지 폭등했는데 결국 5.13% 하락한 가격에 거래를 마감했다. 14일 개인 주주의 주당 순매수 단가는 약 45만원으로 적지 않은 개미가 고점에서 물린 것으로 우려된다. 일주일이 지난 20일 종가도 32만9000원으로 여전히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주주들은 남양유업이 주가 조작을 위해 마케팅을 펼친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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