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부진에 증시 상장 사실상 불발신임 대표, 대주주 엑시트 위해 매각 선회할듯
◇이진원, 2019년 취임 후 2년간 티몬 수익성 개선 매진 =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이날 이사회에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그 동안 추진하던 상장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경질’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G마켓, 쿠팡, 위메프 등을 거쳐 2018년 10월 티몬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됐다. 그가 영업, 마케팅 총괄로 일하면서 티몬의 모바일 방문자가 급증하는 등 성과를 내면서 이듬해인 2019년 6월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대표는 티몬에 합류한 이후 사업모델을 ‘타임커머스’로 바꾸면서 수만 가지 상품을 선보이는 이커머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지난해 3월 첫 월간 흑자를 달성하는 등 일부 성과도 냈으며 지난해부터 티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주의를 내세우며 과도한 업무량과 목표치를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이 외부에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후임에는 전인천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티몬 재무부문장에 선임된 인물이다. 전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Kelley School of Business)에서 MBA를 취득했다. 한국P&G, 한국먼디파마를 거쳐 2015년 영실업 CFO와 대표이사, 2018년 ADT캡스 CFO, 2020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FO를 역임한 인물로, 재무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장 가능성 사실상 ‘제로’ 책임 물어 = 이 대표가 물러난 것은 지난해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상장 차질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티몬은 2019년 이진원 대표가 취임하면서부터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매각, IPO 등 대주주들의 엑시트를 위해서였다. 2019년 롯데그룹으로의 매각이 불발된 뒤 티몬은 그해 말부터 수익성을 개선해 IPO에 나선다는 계획을 수립, 지난해 3월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기업)’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티몬은 지난해 예상보다 아쉬운 실적을 내며 상장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대표 취임 이래 티몬은 영업손실을 크게 줄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슈퍼마트’ 등 직매입 사업을 크게 축소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매출액이 급감했다.
실제로 티몬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12억원으로 전년(1722억원) 대비 12.2%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이커머스기업들이 수혜를 입었다는 점을 비춰볼 때 티몬의 지난해 매출액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티몬 매출액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이 대표가 취임한 2019년 4.2%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2%나 역신장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특히 티몬이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기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액 감소는 상당히 뼈아픈 결과다. 테슬라 상장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성장성을 입증하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2018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현재까지 테슬라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5곳뿐일 정도로 심사가 까다롭다.
실제로 이들 5개 기업 중 테슬라 상장 직전 해에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곳은 티에스아이 한곳뿐이다. 나머지 4개 기업은 상장 직전해에 모두 매출액이 큰폭으로 성장했다. 티에스아이의 경우에도 상장 직전 해에 매출액은 줄었으나 이미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이들 기업과 달리 티몬은 지난해 적자 축소에도 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만큼 테슬라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할 확률이 커졌다.
◇대주주 엑시트 위해 매각으로 전략 수정할까 =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티몬 대주주들의 엑시트 계획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 사임에 앞서 최근 유한익 티몬 이사회 의장도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경영진이 이탈하면서 티몬의 추후 전략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장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티몬의 대표이사를 맡은 후 의장직을 맡아 회사의 미래 전략을 담당하던 임원이다. 유 의장은 지난해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는데 9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까지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상장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경영진이 이탈하면서 당분간 티몬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쿠팡의 성공적 상장 및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흥행 등 이커머스 기업의 몸값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 역시 매각 선회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최근 상장을 마친 쿠팡은 7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고, 본입찰을 앞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도 거의 5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미 티몬 내부에서도 당장의 상장 추진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외형을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티몬은 이달부터 파트너사의 판매수수료를 ‘-1%’로 책정하는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다. 우수 셀러들을 대거 영입해 SKU와 매출액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티몬이 셀러들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만큼 적자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티몬은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신사업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를 위해 현재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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