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현재진행형프로포폴 투약 의혹도 기소 가능성 존재청와대 입장 변화에도 재판 리스크에 시름
이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재판과 프로포폴 투약 의 기소 가능성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산 넘어 산’, ‘잃어버린 10년’ 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지난 2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 회동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또다시 거론되며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의 건의 내용을 언급한 것은 앞서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지난달 청와대에 전달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뜻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 비교해 상당히 입장이 변화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목소리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고 믿어왔던 삼성에 대해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전쟁터의 한복판에 지휘자가 없다면 전쟁에서 패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총수 부재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삼성은 버거운 재판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6월부터 오는 7월까지 매주 1회씩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날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관련 4차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에 이용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2012년 ‘프로젝트 G’를 통해 승계계획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경영승계에 유리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작업이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사건도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를 두고 7대 7 찬반 동수가 나오며 ‘수사 중단’ 권고가 내려졌으나 여전히 수사팀이 기소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만약 사면된다 하더라도 언제쯤 온전히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재계 관계자는 “8월 사면이나 가석방이 된다고 해도 이 부회장은 다음 재판이 기다리고 있어 ‘산 넘어 산’인 상황”이라며 “현재 사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재판 결과”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기간 총수 부재와 재판 리스크에 노출된 삼성전자의 운신의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격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삼성전자의 대형투자와 M&A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대형 M&A의 맥이 끊긴 상태다.
김기남 부회장도 전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발굴은 오너의 역할인데 삼성은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보유한 반도체, 백신, 5G 등에서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삼성과 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데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만큼 단기적인 투자는 전문경영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투자 결정, M&A는 결국 오너가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총수의 부재가 장기화되면 결국 삼성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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