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이사회, ‘분조위 권고’ 수용 40~80% 권고 반영해 자율배상 실시 “절차와 원칙에 따라 배상” 약속 이행 ‘계약취소’ 원하는 투자자 반응이 관건
11일 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이 이날 오후 사외이사 등과 함께 정기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 분조위 권고의 수용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총 6792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상당 규모의 환매가 지연됐다. 금감원이 집계한 미상환 잔액은 지난달 기준 761억원(269계좌)에 이른다.
이에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달 24일 A기업과 개인투자자 B씨가 제기한 조정 안건을 심의한 결과 각 64%와 60%를 배상토록 권고했다. 또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선 40~80%의 배상비율을 제시했다.
금감원 분쟁조정 결정은 강제성을 띠지 않은 권고 사항이다. 당사자인 신청인과 금융사가 조정안을 받은 뒤 20일 이내에 이를 수락해야 성립된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기업은행은 추정 손해액과 분조위가 제시한 비율을 반영해 투자자에게 우선 배상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은행이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자율배상을 진행하다보면 오히려 은행이 일부를 돌려받는 사례도 생길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지급유예에 따른 불편 해소 차원에서 투자원금의 50%를 투자자에게 미리 돌려줬기 때문이다. 가지급금을 제공하고 분쟁조정 후 배상비율이 결정되거나 환매 중단된 펀드의 회수액이 확정될 때 차액을 정산하자는 복안이었다.
이처럼 기업은행 이사회가 지체 없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면서 윤종원 행장으로서는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그는 디스커버리펀드 사태 초기부터 당국 절차에 따라 배상하겠다는 원칙을 줄곧 고수해온 바 있다.
여기엔 기업은행이 코로나19 국면 속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디지털 전환 등 과제에 충실하려면 사모펀드 사태의 부담을 덜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윤 행장의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사회가 분조위 권고를 수용한 것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라면서 “신속히 자율배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건은 투자자 측이 분쟁조정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주장하며 금감원에 재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판매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가입자의 투자성향을 임의로 작성하는 등 실책이 있었고, 금감원 역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대한 외부 법률 검토 과정을 놓쳤다는 이유다. 금융사나 소비자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반대한다면 분쟁조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 금감원은 대책위 측이 접수한 신청서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재조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토가 길어진다면 권고안 수락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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