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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 힘 싣는 대상그룹···계열분리 가능성

[유통가 상속자들]‘3세 경영’ 힘 싣는 대상그룹···계열분리 가능성

등록 2021.07.05 09:29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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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령·임상민 자매 등기이사 올려 책임경영 강화지주사 지분율 동생이 많고 부회장 자리엔 언니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대상그룹은 1956년 고(故) 임대홍 창업 회장이 최초로 국산 조미료 ‘미원’으로 일궈낸 기업이다. 식품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금융업에까지 손을 뻗쳐 회사를 키운 임 창업 회장은 장남인 임창욱 명예회장에게 대상그룹(당시 미원)을, 막내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에게는 몇 개 계열사들을 분리해 각각 넘겨줬다.

대상그룹을 이어받은 임창욱 명예회장은 1987년부터 1997년까지 단 10년간 대상 대표이사로 지내다가 40대 때 전문경영인을 앞세우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임 명예회장과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 사이에는 딸만 둘이 있다. 장녀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임상민 대상 전무다. 임 명예회장이 표면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두 딸에게 지분을 넘길 당시 그들의 나이는 20대 초중반으로 대상그룹에 입사하기도 전이었다. 하지만 현재 자매가 경영 전면에 등장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임세령·상민 자매 모두 등기이사에···3세 경영 서막=특히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서는 임세령·임상민 자매가 나란히 대상홀딩스와 대상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3세 경영에 힘이 실렸다.

올해 3월 언니인 임세령 부회장은 올해 대상홀딩스 전략담당 중역을 맡으며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대상에서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임 부회장은 대상홀딩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에는 동생인 임상민 전무가 대상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임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학교를 중퇴한 후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대상그룹에는 2010년부터 합류했다. 대상그룹에 합류하기 전 임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의 결혼으로 10년 이상을 가정주부로 살았다.

이후 2009년 11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듬해에 들어서야 대상의 외식 프랜차이즈 계열사인 대상 HS 대표에 선임됐다. 이후 2012년 대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활동에 나섰다.

임 부회장은 외식 사업에서는 크게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식품 부문 브랜드 전반을 총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임 부회장은 청정원 브랜드의 대규모 리뉴얼을 주도했으며 안주 HMR ‘안주야’ 출시도 진두지휘해 국내 안주 HMR 시장 개척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받는다.

차녀 임상민 전무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후 존슨앤드존슨 인턴십을 거친 후 곧바로 대상그룹 계열 투자사인 UTC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심사부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때가 2007년으로 언니 임세령 부회장보다 3년이나 이른 시기였다.

이후 임 전무는 런던비즈니스스쿨 MBA 과정을 수료하고 2012년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복귀했다. 이때부터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2015년 임 전무는 국균 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의 장남 국유진 씨와 결혼했다. 당시 국유진 씨가 블랙스톤 뉴욕 본사에서 근무해 임 전무 또한 대상 뉴욕 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임 전무는 출산을 위해 귀국했고 지난해 1월 초 출산휴가를 마치고 대상그룹 경영에 복귀했다.

◇후계구도 앞섰던 동생, 언니 승진으로 무게추 기울까=재계에서는 올해 임세령 부회장이 대상홀딩스와 대상 부회장직을 모두 맡게 되면서 그간 임상민 전무에게 쏠렸던 후계 구도가 임세령 부회장에게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6년 자매가 동시에 전무로 승진할 때만 해도 재계는 임상민 전무 후계자설에 힘을 실었다. 업무 분장 중요도가 임상민 전무에게 몰렸기 때문이다. 당시 임창욱 명예회장은 대상 사업 부문을 식품 BU와 소재 BU로 분리했는데, 임세령 부회장(당시 전무)에게는 식품 BU 마케팅담당 중역만 맡겼다. 반면 임상민 전무에게는 식품 BU와 소재 BU 양 부문의 전략담당 중역을 맡겼다. 중요도 측면에서도 전략이 마케팅보다 크다 보니 경영 능력도 임상민 전무가 먼저 검증받은 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임상민 전무가 지분 측면에서도 임세령 부회장을 앞서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했다. 임 전무는 2001년 지분 상속, 2005년 지주사 전환 이후 지분 추가 매입 등을 거쳐 현재 지주사 대상홀딩스 지분 3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임 부회장은 대상홀딩스 지분 20.41%, 대상 지분 0.46%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초록마을 지분은 대상홀딩스가 49.1%, 임세령 부회장이 30.17%, 임상민 전무가 20.31%를 보유하고 있다. 임창욱 명예회장(4.09%)과 박현주 부회장(3.87%)의 대상홀딩스 지분을 모두 임 부회장이 물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지분율은 임상민 전무가 앞선다.

임 전무가 언니 임 부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게 된 배경에는 임 부회장의 결혼이 있다. 임 부회장이 삼성가와 연을 맺으며 자연스럽게 임 전무가 대상그룹을 이어받을 것으로 점쳐졌던 것. 임 부회장이 다시 대상그룹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임 회장은 장외거래를 통해 대상홀딩스 지분 6.73%(총 250만주)를 임 전무에게 양도했다.

그러나 이번에 임 부회장이 임 전무보다 먼저 부회장 승진에 성공했고 지주사 대상홀딩스 등기임원에도 먼저 이름을 올린 만큼 후계 구도가 장녀에게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그동안 전략은 임 전무가 맡아왔는데, 임 부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전략에 관여하게 되면서 그룹 내 임 부회장의 입지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분·직급 ‘견제와 균형’, 분쟁보다 힘 합친 자매경영?=한편으로는 임세령 부회장이 먼저 부회장직에 올랐지만, 임상민 전무는 지주사 지분이 많기 때문에 승계 구도에서 어느 정도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 있다는 평도 있다.

게다가 임 부회장과 임 전무의 우애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작을 것이란 관측이다. 임상민 전무는 조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고, 언니 임세령 부회장이 소유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상견례를 하는 등 각별한 관계임을 오래전부터 드러냈다. 임 부회장이 임 전무의 프러포즈에 쓴 꽃장식을 직접 만들고, 동생 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때문에 재계는 대상그룹이 향후 경영권 다툼보다는 계열 분리로 자매가 독자 경영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창업주 임대홍 회장이 임창욱 명예회장에게 대상그룹을 넘겨주고 차남 임성욱에 세원그룹을 넘겨준 것과 이미 대상홀딩스의 지분 구도도 정리돼 있다는 점이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전무의 계열 분리 가능성에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자매의 나이가 40대 초·중반으로 젊은 편이기 때문에, 당장 승계나 계열 분리보다는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대상그룹이 새 먹거리 찾기에 열중하고 있고, 자매가 각각 대상홀딩스와 대상의 전략담당을 맡은 만큼 힘을 합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부회장은 우선 유통·플랫폼업체와 고부가가치 식품업체 인수·투자에 돌입했다. 대상홀딩스는 회사 설립 최초로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600억원은 축산물 유통·플랫폼 업체 지분 투자에, 200억원은 식품 관련 고부가가치 신사업 투자에 쓰기로 했다.

또 대상홀딩스는 최근 의료소재 사업을 위한 법인 ‘대상셀진’을 신규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자본금은 25억원 규모로 아직 사업 초기 단계다. 소재 BU에서는 임 전무가 전략담당 중역을 맡고 있는 만큼 이번 대상셀진 설립도 임 전무가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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