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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가겠다던 마켓컬리, 국내 상장도 안갯속 왜?

[Why]나스닥 가겠다던 마켓컬리, 국내 상장도 안갯속 왜?

등록 2021.08.13 16:30

수정 2021.08.17 10:10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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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경쟁자 SSG닷컴 IPO 본격 채비 주관사 선정 나서오아시스마켓은 주관사 선정 완료 내년 상반기 상장 목표경쟁사 대비 매력도 떨어지고 적자 확대 실적 리스크 커

나스닥 가겠다던 마켓컬리, 국내 상장도 안갯속 왜? 기사의 사진

나스닥 상장 계획을 돌연 철회하고 국내 상장 준비에 매진해오던 마켓컬리가 위기에 직면했다.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계획했으나, 유력 경쟁사 SSG닷컴이 상장을 서두르기 시작하면서 주관사 선정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오는 9월 이후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를 다시 밟기로 했다. 주관사 선정에 앞서 지정 감사인 선정 문제를 먼저 해결한 후 증권사들을 추려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컬리가 주관사 선정을 미루게 된 배경에는 SSG닷컴의 상장 준비에 있다. 애당초 컬리는 이달 초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대형 증권사들에 입찰 제안요청서를 보냈다. 컬리는 입찰 제안요청서를 보이며 경쟁딜 수임의지가 있는 곳은 이해상충 문제로 배제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으로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다.

컬리와 SSG닷컴을 두고 저울질하던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SSG닷컴으로 노선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며 컬리 주관사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른바 ‘빅3’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모두 경쟁사를 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컬리는 주관사 한 곳으로는 국내 상장이 쉽지 않다고 보고 선정을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게다가 지정감사인도 아직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선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정감사는 상장예정기업 의무사항으로 금융당국에 감사인을 의뢰해 회계 투명성을 검토받는 절차다.

하지만 업계는 컬리가 올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상장에 나선 경쟁사들에 비해 컬리의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컬리는 국내에서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도입한 선구자로 꼽히지만,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최근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취급하는 프리미엄 식품도 늘면서 마켓컬리에서만 고품질의 특화된 상품을 판매한다는 장점도 희미해진 상태다.

게다가 컬리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시장 성장에 따라 2018년 1571억원 수준이었던 연 매출은 지난해 연결 기준 9530억원으로 폭증했으나, 적자도 덩달아 함께 늘었다. 2018년 337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지난해에는 1163억원에 육박하는데 이르렀다. 이커머스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출혈 경쟁에 뛰어든 컬리가 언제 흑자를 거둘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 기업가치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반면 경쟁사 오아시스마켓은 시장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907.9% 증가한 97억원을 냈다. SSG닷컴 또한 빠르게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기존 사업인 새벽배송에서 더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도 경영 안정성에서 불안 요소로 떠오르면서 올해 내 주관사 선정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장 주관사 선정이 어려워진 컬리가 아예 상장 시기를 미룰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컬리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31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거래소가 쿠팡 미국행 이후 유니콘에 대한 상장 문턱을 낮춘 바 있지만, 상장심사부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적자 규모가 1000억원 대에 달하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질적 심사 요건인 영업 계속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면서 “컬리는 반드시 상장을 해야 하는데, 증권사들은 이를 장담할 수 없으니 주관사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시기를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의 상장 이후로 미루게 되면 이해관계 상충 방지 이슈도 피하고 앞선 기업들의 상장 과정 지켜보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오아시스마켓은 내년 중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SSG닷컴도 13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증권사 대상으로 입찰 제안요청서를 발송한 만큼 이르면 내년 초 증시 입성이 예상된다. 이들과 1년 정도의 텀을 두면 어느 정도 이해관계 상충 방지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에 이어 SSG닷컴까지 상장 레이스에 뛰어들며 마켓컬리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온라인 소매 유통 시장이 빅 플레이어 위주로 재편되면서 인수·합병, 상장 등 카드를 내놓고 있는 형국이라 올해 내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묻힐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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