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3300억원 규모 중간배당 의결중앙회→단위농협→농민···‘배당 특수성’일회성 아닌 중간배당 정례화 포문 열어
배당금이 국내외 주주에게 돌아가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금융 배당금은 농협중앙회를 거쳐 전국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특성이 있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3330억원 규모 중간 배당을 의결했다.
농협금융이 중간배당을 시행하는 것은 2012년 금융지주 출범 이후 처음이다. 농협금융 정관 제54조에는 ‘각 사업연도 중 1회에 한해 이사회 결의로 주주에게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이미 있지만 그간 연말 배당이 관례였다.
이번에 농협금융이 사상 첫 중간배당을 시행하면서 당분간은 수익성 상승세가 예상돼 아예 중간배당 체제가 자리를 잡을 것이란 기대감도 싹트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를 상대로 무리한 배당을 자제하라고 요청한 것과 반대로 이번 농협금융 중간배당은 배당금이 돌아가는 종착지를 고려한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금융은 이번 중간배당 결정에 앞서 금융당국과 배당 규모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다”면서도 “배당금을 최종적으로 받는 수령자가 다른 금융지주와 다른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의 배당금은 전부 농협중앙회(최대주주·지분율100%)가 수령한다. 이후 농협중앙회는 단위농협을 거쳐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배당금을 분배한다.
농협금융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농협중앙회 출자자 수는 1118명으로 회원 조합 100%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결과적으로 농협금융의 배당금은 농민들에게 돌아가 이들의 비료, 농자재, 사업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농업 활동 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앞서 농협금융은 올해 초 배당 결정 때에도 이런 배당 특수성을 고려해 금융당국에 배당제한 적용 제외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전년 28.1%에서 20%로 축소되고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돌아갈 지원금이 15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농협금융의 기초체력이 탄탄하고 향후 실적 상승도 예상되는 터라 이번 중간배당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은 순이익 1조2800억원을 기록하며 출범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다.
주요 지표를 따져보면 기초체력도 탄탄하다. 전체 대출금 중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없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43%(은행 0.36%)로 계속 낮아져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NPL 잔액 대비 충당금 설정액을 뜻하는 NPL커버리지비율도 0.36%로 지난 1분기 0.41%에서 더욱 안정적인 구간으로 진입했다. 한눈에 자본 건전성을 점검하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도 15.38%(은행 18.17%)로 탄탄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향후 이자이익 증가세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 배당금이 농민에게 간다는 특수성에 따라 한 번 배당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줄이기 쉽지 않다는 지점에서 금융당국이나 여러 관계자들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중간배당은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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