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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고승범號’ 출항···사모펀드 징계·가상자산 조율 어떻게

금융위 ‘고승범號’ 출항···사모펀드 징계·가상자산 조율 어떻게

등록 2021.08.31 07:14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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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취임식 거쳐 정식 임기 스타트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등 현안 산적‘라임 CEO’ 제재 수위 곧 결정할 듯가상자산거래소 관리 방향도 관심사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세 번째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공식적인 행보에 돌입한다. 사모펀드 판매사 징계와 가계부채 관리, 가상자산거래소 등록 등 무거운 현안에 어느 때보다 금융당국으로 이목이 쏠려있는 가운데 금융정책 전문가로 통하는 고 위원장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30일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27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그에 대한 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1962년생인 고승범 위원장은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행정학 석사, 아메리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제28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요직을 거쳤고 오랜 기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몸담아 금융정책과 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난 5일 내정 후 25일 만에 정부와 국회의 모든 검증 절차를 통과한 고 위원장은 이제 금융권역 내 모든 현안을 책임지게 된다.

◇“금감원 징계 부당”···‘라임 제재’ 감경 초읽기=그 중 가장 관심이 모이는 사안은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 수위가 감경될지 여부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행정소송 1심에서 금융감독원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들면서 공이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넘어간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라임펀드 사태 제재심에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겐 ‘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금융위는 손태승 회장 행정소송 1심 이후로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에 대한 금융권의 불만을 감안해 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의미였다.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임원을 제재할 때 경징계인 주의와 주의적경고는 금감원장이,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 등 중징계는 금융위가 각각 결정권을 행사한다.

업계에선 금융위가 법원과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과 달리 징계를 원안대로 확정하면 후폭풍이 일 수 있으니 각 CEO의 징계 수위를 낮출 것이란 얘기다.

손태승 회장의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금감원이 법에서 정한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금융위에 판단이 관건이다. 징계가 최종 확정되려면 정례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늦어도 9월 중순엔 결론이 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보고, 다른 사건도 면밀히 검토해보며 제도를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언급했다.

◇가계부채 관리는 현재진행형···DSR 규제 앞당길까=고 위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가계부채 대응 방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대출 관리에 신경 쓰라는 당국의 주문에 은행권이 적극 부응하고 나서면서다.

금융위는 올 들어 높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인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따로 소환해 대출 관리 계획을 받았고 금감원을 통해서도 은행에 차주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낮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농협은행은 11월말까지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한편 신용대출 한도도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줄였다. 중앙회 역시 신규 집단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현행 60%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40~50%로 낮추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9월말까지 신규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중단키로 했으며, 하나은행도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개인당 최대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아울러 대부분 은행이 9월 중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조만간 다른 은행도 이러한 행보에 동참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는 당국으로서는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의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위원장이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안착시키려던 규제 도입 일정을 앞당기거나 2금융권의 DSR을 1금융권 수준으로 낮출지 여부가 관심사다.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해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역점 과제로 삼고 가능한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하겠다”며 DSR 규제를 손 볼 것임을 예고했다.

◇“잘못된 시그널 줄 수도”···‘가상자산 정책’ 변화 없을 듯=다만 가상자산 정책에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고려해 당국이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고 위원장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현재 업비트를 제외한 가상자산거래소 대부분은 폐업 위기에 놓였다.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에 따라 9월24일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획득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등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나, 은행과의 제휴에 어려움을 겪는 탓이다.

이와 관련 고 위원장은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있었고, 또 연장하면 거꾸로 이용자의 피해가 더 커지는 상황도 우려될 수 있다”면서 “당초 일정을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가상자산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해 오던 기조를 바꾸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 자체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일축했다.

특히 고 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도외시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가상자산사업자 등을 통해 투기에게 가까운 행위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당국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발언이다. 그간 금융위는 가상자산거래소에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줬기 때문에 추가 유예는 어렵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았고 자금세탁 등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럼에도 고 위원장은 기한 내 신고를 마치지 못한 업체를 위해 다른 선택지를 마련하는 데도 신경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폐업이 불가피한 거래소가 코인마켓 등 형태로 사업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위원장은 “신고기한까지 한달 여 남은 상황에서 거래 참여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는 신속하게 공유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국제적 정합성과 국민재산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관련부처와 함께 검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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