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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후 내놓는다더니, 고승범發 가계부채 대책 왜 안 나오나

추석 이후 내놓는다더니, 고승범發 가계부채 대책 왜 안 나오나

등록 2021.10.20 15:18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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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추석 이후’ 발표···한 달 가까이 감감무소식전세자금·집단대출 홍역 치른 여론은 청와대 게시판 행고 위원장 ‘장고’엔 “물밑 소통 중” vs “은행 자정 모니터”28일 은행장 회동···늦으면 11월 초까지 발표 밀릴 수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예고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이 한 달 가까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대출 수요자와 은행 모두 혼란의 시간을 겪고 있다.

고 위원장이 대출 수요를 옥죄는 와중에 전세자금대출을 둘러싼 기준까지 우왕좌왕해 직격탄을 맞은 실수요자 원성은 일선 은행 대출 창구로 향하고 있다.

반대로 은행들은 금융위의 정확한 추가 지침이 문서 형태로 나오지 않는 이상 가계대출 관리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긴장감 속에서 내심 금융위를 향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20일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가계부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문서 형태의 발표가 없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말만 가지고 대출 관리 방향을 정할 수 없다”며 “추석 이후 발표하겠다고 한 추가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는 것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이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금융위 입장은 지난 14일 고 위원장이 취재진과 만나 “연말까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6%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와 연관된 대출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뜻한다.

실제로 이날 오후 금융위는 은행권 실무자와 만나 가계부채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지침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지점 등에서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참모회의에서도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실수요자가 전세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달라”라고 주문했다.

고 위원장의 가계부채 억제 행보에 따라 은행들의 연쇄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다가 급기야 전세대출 중단 카드까지 나오자 청와대에서도 문제의식을 느낀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고 위원장이 최근의 부동산 상승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로 나아가다가 여론을 의식한 청와대 차원의 위기감까지 조성되자 입장을 선회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사이 고 위원장이 ‘추석 이후’로 못 박은 추가 대책을 한 달 가까이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고 위원장이 취임 당시부터 ‘소통’에 방점을 찍은 터라 물밑에서 여러 의견을 청취하며 구상한 대책을 막판 수정 중이라는 해석이 첫째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 회동 이후 취재진을 만나 가계부채 대책 관련 “실무적 단계에서 20~30가지 항목을 두고 세부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추석 이후 여러 상황을 보며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언급한 20~30가지 항목과 관련해 고 위원장이 세부 사항에 밑줄을 그어가며 검토 중일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고 위원장은 오는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요 은행장과 취임 후 처음으로 회동할 예정이다. 이런 일정을 고려해 고 위원장이 은행장 회동에서 금융위 입장을 전하고 은행 의견을 청취해 이르면 회동 이후 그다음 주인 11월 초에는 추가 대책 발표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반대로 고 위원장이 이미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받아들인 만큼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증가율 6%’ 가이드라인은 확고한 상황에서 일선 여론을 살피며 은행들의 자정 동향을 살피고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이미 금융위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초점을 맞춘 대출 관리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 상황을 주목한 분석이다. 최근 아파트 잔금대출이 막힌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을 공동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은행들의 자정 움직임을 고 위원장이 모니터링하며 고심 중이란 예상이다.

이미 금융위 의지는 확고하니 은행들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계부채 억제 행보에 발맞춰 저마다의 자정 노력을 짜내고 이행하라는 뜻이다. 이런 분석은 고 위원장이 취임 당시 청문회에서부터 각종 현안에 이렇다 할 선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가계부채를 억누르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는 관측과도 이어진다.

이처럼 상반된 해석을 포함한 여러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결국은 굳게 닫힌 고 위원장의 입이 열려야 혼란이 진정될 것이란 지적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전세자금대출과 아파트 잔금대출 중단으로 홍역을 치른 실수요자 원성은 은행 창구 직원을 넘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으로 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까지 지금보다 더 낮추겠다는 얘기가 나온 상황에서 사실상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들이 이에 맞춰 움직이려면 금융위의 공식 발표가 나와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상 은행과 대출 수요자 모두 불확실성은 계속 안고 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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