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올해도 대규모 희망퇴직 착수 올해 은행권서 약 6000명 회사 떠날 듯 우리·부산은행은 ‘80년대생’ 직원도 포함 디지털 전환 흐름에 행원 설자리 좁아져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올해 희망퇴직을 했거나 신청한 사람은 총 약 49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이날부터 희망퇴직 접수에 돌입했고, BNK부산·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도 같은 절차를 진행 중이라 올 한 해 은행을 떠나는 인원은 총 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먼저 소매금융 부문 철수를 선언한 한국씨티은행은 사전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2300명을 놓고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말 1100여명의 퇴직을 승인했고, 조만간 800명을 대상으로 2차 승인을 낸다.
SC제일은행에선 10월부터 하반기 명예퇴직(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496명이 퇴사했다. 또 지난달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에선 452명이 퇴직 의향을 표시해 조만간 최종 퇴직 인원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연초 한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한 우리은행도 28일까지 새롭게 신청을 받기로 했다. 1월 468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미뤄 비슷한 규모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점쳐진다. BNK금융그룹 계열사 부산·경남은행 역시 심사를 마쳤고 연말 정기인사 시즌에 맞춰 퇴직 대상자를 공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KB국민은행에선 올해 1월30일 실시한 희망퇴직을 통해 800명이 퇴직했으며, 신한은행에선 상·하반기 총 450명이 짐을 쌌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희망퇴직자는 22명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감원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창구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내부에서도 자리가 많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춰 은행이 비대면 거래에 주력하고 있는 데다, 점포수를 축소하는 대신 무인점포나 인공지능(AI) 은행원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어서다.
실제 금감원 집계 결과 상반기 기준 국내은행의 점포수는 총 6326개로 전년말 대비 79개 줄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확대, 점포 효율화 추진 등으로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국민·하나은행이 각 18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6개와 5개씩 순감했다.
이렇다보니 주요 은행은 다소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면서까지 퇴직을 독려하고 있다. 자녀 학자금은 물론 재취업 지원금, 종합검진권, 백화점 상품권, 전직 지원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모양새다.
덧붙여 순이익 증가로 퇴직금 지급 여력이 충분해졌다는 점도 희망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주요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1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8.1% 증가했다.
다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은행원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희망퇴직에 동참하는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 이상 직원 56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우리은행과 부산·경남은행은 1980년대 출생자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시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금융 활성화로 불가피하다는 은행의 입장엔 동의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상대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권이 이를 계기로 인력 순환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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