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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할당제 폐지 위험한 생각”···마이클 샌델 “능력주의 불평등 심화”

이재명 “할당제 폐지 위험한 생각”···마이클 샌델 “능력주의 불평등 심화”

등록 2021.12.21 13:18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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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과 화상 대담이재명 “능력 있다는 평가에 이미 불평등 내재”샌델 “모든 구성원 공공선 논의 가능해야 민주주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나라에 ‘정의 신드롬’를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화상 대담에서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기회 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이 후보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또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평등보다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샌델 교수와 화상 대담을 가졌다.

이 후보가 질문을 던지고 샌델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정치의 역할과 함께 지난해 한국에 출판된 샌델 교수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의 핵심 주제인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이 후보가 ‘미국과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기회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치가 어떤 해결책을 낼 수 있겠나’라고 묻자 샌델 교수는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미국 사회가 대학에 지원하는 1640억 달러지만 기술적인 훈련이나 취직을 위한 교육에 배정하고 있는 예산은 그에 비해 굉장히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기술 훈련과 취업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이것이 이 후보가 말한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샌델 교수는 사회가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취업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한다면 아주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또 일자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노동의 존엄성을 정부가 주도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미국과 한국의 해결책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또 자신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핵심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능력주의’에 대해선 평등보다는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청년들은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더 높아지고 오로지 시험 최종 결과만으로 결과를 내야지 소수나 약자를 왜 배려하느냐는 생각에까지 빠지게 된 것 같다”고 말하자, 샌델 교수는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 일자리에 대한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모의 배경이나 가족의 배경과는 상관없이 노력과 그에 대한 결과에 따라 성공한다는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능력주의를 믿는다”고 했다.

샌델 교수는 “하지만 미국 아이비리그의 대학의 경우 누구에게나 다 입학 경쟁할 기회는 주어져 있지만, 미국 상위 계층 1%의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들의 입학생 수가 나머지 하위 50%의 계층의 학 학생 수보다 훨씬 많다”며 “능력주의가 결국 평등보다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더욱 가져오게 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샌델 교수는 한국드라마인 ‘스카이 캐슬’과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며 “(스카이 캐슬)은 치열한 한국의 입시 경쟁을 보여주는 드라마였고, ‘오징어 게임’은 능력주의에 대한 엄청난 결함, 그리고 그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대한민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며 “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것 자체가 이미 불평등이 내재돼 있다는 말씀이 현실적으로는 매우 적합한 지적”이라고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불평등한 각자의 출발선을 보정하는 현실 제도로 ‘소수자 할당제’ 폐지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 후보가 “최근에 경쟁이 격화돼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할당제를 통째로 폐지하자고 유력 정치인들이 얘기한다”며 “저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고 하자, 샌델 교수는 “소득과 부에 관한 불평등은 결국 승자들의 자만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그들은 이것 모두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기득권 계층에 대한 어떠한 책임의식이나 부채의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들이 하나같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성공에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이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 오만과 자만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라고 했다. 아울러 샌델 교수는 “노동에 관한 존엄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가 이런 반감의 또 다른 원인”이라며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마땅한 사회적 인정과 존중 그리고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런 ‘능력주의의 극복’에 대해 “희망적인가, 부정적인가”라고 묻자 샌델 교수는 공공의 의사결정에 능력주의에 의해 배제된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 구성원들이 공공선에 참여하고, 정치에 참여해 사회적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기득권 계층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공공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잘 반영돼 있지 않다. 이것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 결국 투표 선거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각각의 배경이 다른 각자의 시민들이 모여서 공공선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사회”라며 “지금까지 겪어온 빈부 격차의 심화 그리고 승자와 패자로만 존재하는 현재의 민주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후보는 “샌델 교수가 말한 연대의식과 공공선, 사회 부채 의식을 우리가 되새기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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