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카드사 차할부금융 M/S 30%···캐피탈사 ‘난감’당국 제시한 ‘부동산리스업’·‘GA’ 시장도 사실상 포화해외 눈 돌려 법인 차려도 최소 2~3년은 손실 불가피현대캐피탈만 ‘현대·기아차’ 무기로 해외 순이익 급증
금융당국은 고육지책으로 부동산리스, 보험 GA사 설립 등 신사업을 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캐피탈사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해야만 규제 완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데다, 당국이 제시한 신사업도 이미 경쟁이 치열해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포화한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캐피탈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대형사에 한정될 뿐 대부분의 캐피탈사는 해외 진출을 못하고 있거나, 하더라도 초기 단계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캐피탈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당국 차원의 해외 진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에 뺏긴 파이···신사업 묘연=19일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지난해 3분기 관련 자산은 9조7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말의 8조6638억원보다 1조1311억원(13.1%) 늘어난 규모다. 이미 신차금융 시장에서 카드사의 점유율은 최근 5년 새 2배가 늘어난 30%에 달한다.
문제는 캐피탈사다. 리스사업과 자동차 할부금융이 주요 사업인 캐피탈사는 생존을 위해 신사업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캐피탈사가 수세에 몰리자 금융당국은 이들이 ▲부동산 리스업 ▲보험사 GA 설립 ▲4차산업 등 신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고 위원장은 여신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탈사에 대해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을 허용하고 4차산업·환경분야, 업무용 부동산 리스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법 개정도 진행 중이지만 캐피탈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규제 완화의 조건이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인데, 업계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곳은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이 전부여서다.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의 경우 자동차 생애주기에 맞는 정보 제공과 동시에 이를 금융과 연결하는 플랫폼, GA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두 캐피탈사 역시 이미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대한 도전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캐피탈사는 중장기적인 투자 개념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포화되면서 사업 다각화를 위한 해외 시장 개척 움직임이 2~3년 새 보이고 있다”며 “해외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기 위한 계도 기간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가볼까?···웃는 기업은 현대캐피탈 뿐=업계 1위 현대캐피탈은 지난 18일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그룹’의 자회사인 ‘CGI 파이낸스(CGI Finance)’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 ‘현대캐피탈 프랑스(Hyundai Capital France)’가 정식 출범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현대캐피탈의 10번째 해외 금융법인이며 유럽에서는 독일, 영국, 러시아, 이탈리아에 이은 5번째 해외법인이다. 현대캐피탈은 프랑스 내 현대자동차와 기아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할부 및 리스, 보험 판매는 물론, 현지 딜러들에게 안정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프랑스에서 적극적인 자동차금융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 캐피탈사의 해외 법인 현황을 보면 현대캐피탈이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이는 현대·기아자동차라는 예외적인 강력한 무기가 있어 가능했다. 실제 유럽 등 선진국에 법인을 낸 캐피탈사는 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현대캐피탈의 주요 해외법인은 영국·캐나다·독일·중국·브라질 정도로 추려진다. 지분율은 각각 29.9%·20%·49%·46%·50%이지만 의사결정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이들 법인의 총 순손익은 4179억원으로 전년 동기(1624억원)보다 157% 증가했다. 특히 캐나다 법인은 지난해 3분기 순손익 742억원을 기록해 1년 만에 587% 성장률을 보였으며, 영국 법인은 지난해 3분기 994억원의 순손익을 보이면서 전년 동기(133억원) 대비 647% 성장했다.
중국 법인도 1년 새 2배 가까이 성장했고, 지난 2019년 설립돼 올해 3주년을 맞는 브라질 법인도 지난해 3분기 118억원의 순손익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 했다. 독일 법인의 경우 2020년 3분기 순손익 329억원에서 지난해 307억원을 기록하면서 다소 줄었지만 유의미한 감소는 아니다.
반면 대부분 캐피탈사는 소수 동남아 국가 진출에 그치고 이마저도 초기 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2위 캐피탈사인 KB캐피탈은 지난 2017년 첫 해외시장으로 라오스를 선택했다. 뒤이어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 소형 멀티 금융사(Sunindo Primasura Finance) 지분 85%를 인수했다.
KB캐피탈 라오스 법인은 자산 1137억원, 지난해 3분기 순손익 29억원 수준이다. 설립 후 1년 뒤인 2018년 9월 첫 순이익을 실현하며 빠르게 안정을 찾았지만, 현대캐피탈 해외 법인의 자산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다고 볼 순 없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해 3분기 순손실 4871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6억원) 대비 적자폭은 줄었지만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3위 하나캐피탈은 지난 2015년에 인도네시아(지분율 55%) 법인을 출범시켰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 864억원, 순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서 전년 동기(순손실 15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해외 진출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캐피탈 업계의 한숨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업계는 해외 진출을 비롯한 신사업 발굴에 금융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아직 국내 캐피탈사의 해외 진출은 활발하지 않다”며 “은행과 카드사에 비해 소외되는 캐피탈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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