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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영수의 ‘양’과 최윤호의 ‘질’

오피니언 기자수첩

[장기영의 인스토리]권영수의 ‘양’과 최윤호의 ‘질’

등록 2022.01.21 13:55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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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오는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은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 속에 질보다 양을 앞세운 선심성 공약을 앞 다퉈 쏟아내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장기 비전과 어젠다 없이 ‘표(標)퓰리즘’ 공약만 남발하면서 상당수 유권자들의 머릿속엔 ‘탈모’, ‘병사 월급 200만원’ 등과 같은 파편적 단어들만 남았다.

이 같은 대선 정국을 지켜보면서 양과 질이 대비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전략에 눈길이 갔다.

증시 상장으로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 국내외 생산시설 확대에 쏟아 붓는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부회장의 양적 성장 전략, 품질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삼성SDI 최윤호 사장의 질적 성장 전략이 그것이다.

이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투자자 주문액 1경5203억원, 일반투자자 청약 증거금 114조원이라는 신기록을 쓰며 기업공개(IPO) 흥행에 대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총 공모금액 12조7500억원에서 구주 매출대금과 발행 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액 10조1244억원 중 8조5201억원을 오는 2024년까지 국내와 북미, 유럽, 중국 생산설비 구축과 증설에 집중 투자한다.

제품 품질 향상과 공정 개선을 위한 투자 금액은 나머지 조달금액 1조6043억원 중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비용 6191억원을 뺀 9852억원이다.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시설 투자에 밀려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금액은 전체 조달금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배터리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 사고와 이에 따른 리콜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LG에너지솔루션. 당시 배터리 분리막 밀림과 음극탭 단선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고, LG에너지솔루션과 계열사 LG전자가 떠안은 리콜 비용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리콜 사태로 어수선했던 LG에너지솔루션에 구원투수로 깜짝 등판했던 권영수 부회장은 최근 IPO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최소 25% 정도의 성장은 가능하다”, “향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중국 CATL을 추월할 것”이라며 공격적 투자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이 LG에너지솔루션 몸집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사이 삼성SDI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삼성SDI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공격적 시설 투자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꺼낸 올해 경영 키워드는 초격차 기술과 품질이었다.

삼성SDI 신임 대표이사인 최윤호 사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은 마치 이들 경쟁사를 겨냥한 것처럼 들린다.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품질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며 “품질 최우선 마인드를 갖고 절차와 시스템을 정비해 최고의 품질 수준을 갖추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질적 성장 없이 양적 팽창에 치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전 점검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 나가자”고 당부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최고 품질의 배터리로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뜻을 담은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를 공개한 바 있다. 브랜드의 3대 핵심 키워드로는 초격차 고에너지 기술, 초고속 충전 및 초장수명 기술과 함께 최고 안전성을 보유한 품질을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다소 엇갈린 행보를 단순 비교해 한 쪽은 품질을 등한시하고, 한 쪽은 투자에 관심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사태 이후 제품 설계 및 공정을 개선하고 관련 조직도 개편했다. 제품 품질 향상 등에 투입하기로 한 9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결코 적다고도 할 수 없다.

삼성SDI 역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CEO가 양과 질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5년 뒤, 10년 뒤 회사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정 운영이든, 기업 경영이든 지나치게 한 쪽에 무게를 싣기보다는 양과 질의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겠다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GM 전기차 리콜 사태의 교훈을 잊지 않길 기대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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