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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커머스' 전초기지 삼는다···훅 달아오른 초록마을 인수전

'퀵커머스' 전초기지 삼는다···훅 달아오른 초록마을 인수전

등록 2022.02.21 16:49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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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인수의향서 제출400여개 넘는 오프라인 점포 '퀵커머스' 시너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대상그룹의 유기농 식품 유통 계열사 '초록마을'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통 대기업부터 새벽배송업체, 배달대행업체까지 연이어 뛰어들면서다. 전국에 분포한 초록마을 오프라인 점포를 '퀵커머스(빠른배송·Quick Commerce)' 사업의 전초기지로 활용해 본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브리데이·컬리·바로고·정육각 등은 최근 초록마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록마을은 다음달 중순께 SPA(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염두에 두고 막판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대상홀딩스는 초록마을 투자 유치 자문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외부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투자 유치 대상 지분은 대상홀딩스와 특수관계인 지분 중 일부다. 대상그룹은 초록마을의 투자 유치 규모나 종류를 확정 짓지 않았다. 전략적 파트너십, 경영권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입장이다. 새 주인 결정과 본계약은 이르면 이달 중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이마트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배달대행업을 영위하는 물류IT플랫폼 바로고,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컬리와 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 등이다.

이들이 초록마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퀵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통업계 전반으로 퀵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조리된 식품'을 배달해주는 데 국한됐던 배달 서비스 분야는 식료품부터 비식료품까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전 세계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30년 60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퀵커머스의 핵심은 배송 인프라인 촘촘한 거점과 배송 담당 인력이다. 소비자에게 빠른 시간 내에 제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의 수가 중요하다. 보유한 매장이 많을수록 MFC로 활용할 수 있는 거점도 늘어난다. 현재 초록마을은 전국에 400여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충청, 전라, 경상도 등 비수도권 주요 지역에도 다수의 매장이 분포돼 있어 수도권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초록마을 인수는 곧 전국에 MFC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해 '스피드 e장보기'를 론칭하고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SSM은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주거 접근성 측면에서는 뛰어나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점포를 활용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초록마을까지 확보하면 700여개의 매장을 라스트마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또한 퀵커머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투자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바로고에도 지분 투자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지분 투자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만큼 이번 초록마을 인수전도 단순히 사업을 들여다보기 위한 측면이 강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초록마을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인수까지 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바로고의 경우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배송 인프라에 초록마을을 거점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바로고는 이미 지난해 8월 자체 배달 플랫폼 '텐고'를 출시하며 10분 안에 식료품·생필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배달대행을 넘어 퀵커머스까지 직접 사업을 전개하고 경쟁사 메쉬코리아가 오아시스마켓과 선보일 예정인 플랫폼 '브이마트'까지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다.

컬리가 초록마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선 수익성 때문이다. 컬리는 5년째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017년 124억원이던 적자는 2020년 1162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는 적자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적자는 새벽배송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초록마을을 인수하면 적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컬리의 경쟁사인 오아시스마켓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신선식품 폐기율을 낮추는 등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 중 유일한 흑자를 내고 있다. 최근 5개년 동안의 영업이익만 봐도 두 자릿수 대를 지속해서 유지 중이다. 이는 오아시스마켓이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컬리가 초록마을을 인수하면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게 된다. 오아시스마켓의 오프라인 매장은 아직 수도권에 한정돼 있어 이보다 우위를 점할 수도 있게 된다. 또 향후 퀵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게 되면 초록마을 매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정육각은 지난해부터 당일배송 가능 지역을 넓히고 있다. 경기,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으로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권역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업체들이 라스트마일 단축을 중시하는 만큼, 정육각 또한 거점 확보로 이를 단축하고 아울러 축산물에 치중된 라인업을 다양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록마을을 인수하게 되면 400여개가 넘은 오프라인 거점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퀵커머스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어디든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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