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산업은행 불만에도 심사 1년 지연10년간 운수권·슬롯 이전 조건 예정대로 진행 해외 경쟁당국 최종승인 후 시정조치안 마련
더딘 합병 심사에 여기저기 원성이 터져나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2020년 11월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면 지난해 6월 30일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합병되면 본격적으로 두 그룹의 체계를 정비한 뒤 2023년에는 통합 항공사'를 출범한다는 구상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주요국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 일정을 6개월 연기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예상보다 심사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합병 승인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산업은행은 공정위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례적으로 공정위를 향해 "섭섭하고 유감스럽다. 조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주길 바란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조건부 승인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양사에 보낸 뒤 올 초 전원회의를 열어 승인 여부를 심의했다. 예상대로 공정위는 대표적인 조건인 슬롯·운수권 이전 등에 기간을 설정해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했다.
다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미국 등을 포함한 6개국 경쟁 당국의 결론이 모두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정위는 해외 당국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조건이 수정해 시정조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 노선에서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운임 인상 등의 경쟁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노선에서 슬롯·운수권 이전(구조적 조치), 운임 인상 제한(행태적 조치) 등의 시정 명령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은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 등의 항공 자유화 노선에서 기업 결합일로부터 '10년 동안' 국내 공항 슬롯을 신규 진입 항공사가 요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할 수 없다. 서울~런던·파리 등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에선 슬롯과 운수권을 요청시 이전해야 한다.
뉴욕·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100%에 육박한다. 런던은 79.8%, 파리는 75.5% 정도다. 모두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선에서도 통합 항공사가 보유하는 공항 슬롯을 반납하도록 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제주 노선 운항 등이 확대되도록 했다.
공정위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단기간에 새 항공사 진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는 날까지 행태적 조치도 부과하기로 했다. 두 기업이 결합한 뒤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급 좌석수를 축소하는 것도 금지했고, 좌석 간격과 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 품질도 유지하도록 했다. 마일리지는 두 회사가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 원칙과 함께 구조적 조치 이행시까지 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행태적 조치가 취해 질 것이다"며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불요한 일부노선은 예외적으로 행태적 조치만 부과하되,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상황 등을 반영해 조치변경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결합 이후 코로나19 상황으로 단기간에 새 항공사 진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는 날까지 '행태적 조치'도 부과하기로 했다.
두 기업이 결합한 뒤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하고, 공급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좌석 간격과 무료 기내식 및 수하물 등 서비스 품질도 유지하도록 했다.
마일리지는 두 회사가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되며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안에 양사 통합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통합 방안은 공정위가 승인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 공정위는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항공 당국, 이행감독위원회와 협업해 행태적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항공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양사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우리나라 항공운송 시장의 경쟁시스템이 유지·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해외 인수·합병(M&A) 심사 절차에서 참고할 점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상반기에 M&A 심사 법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등 연구용역을 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안을 검토·마련할 계획이다.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경쟁 제한성 판단 부분과 시정조치안을 만드는 부분으로 심사제도를 단계화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라며 "동의의결 요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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