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조카의 난' 발발해배당·사외이사 선임 놓고 표대결 불가피의결권 자문사 찬반 권고 갈리지만, 박 회장 우위국민연금 사측 안건 전원 찬성, 지분격차 10%p↑ 감사위원 선임때 3%룰, 박 전 상무측 유리할수도
금호석화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소재 본사에서 '제45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 등을 놓고 표결을 실시한다. 통상 분쟁 이슈가 없는 기업의 경우 주총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내외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양측이 확보한 주주 위임장 확인 검표 등이 불가피한 만큼, 예정보다 일정이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처음 불거진 지난해 주총에서도 금호석화가 주총을 시작하기까지 3시간 가까이 늦어진 바 있다.
현재 상정된 안건은 ▲제45기 재무제표 승인의건 ▲보통주 1주당 1만원, 우선주 1만50원 배당(사측) ▲보통주당 1만4900원, 우선주 1만4950원 배당(주주제안) ▲사외이사 박상수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박영우 선임의 건 ▲사외이사 이성용 선임의 건(주주제안) ▲사외이사 함상문 선임의 건(주주제안) ▲감사위원회 위원 박상수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이성용 선임의 건(주주제안)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총 10건이다.
배당과 이사 선임안의 경우 사측과 박 전 상무측 안건이 양립할 수 없다. 금호석화 정관에 따라 이사회 최대 인원수는 10명이다.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됐는데, 양측은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석을 놓고 맞붙는다. 다시 말해,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온 총 4인 중 2명만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배당과 이사선임 안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가결 기준이 낮다. 때문에 상충되는 의안끼리 찬반투표 결과 모두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의안 중 더 높은 찬성표를 받은 의안이 최종 가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을 살펴보면, 박 회장 측은 ▲박 회장 6.73% ▲박준경 부사장 7.21% ▲박주형 전무 0.98% 등 14.99%다. 반면 박 전 상무 측은 ▲박 전 상무 8.58% ▲김형일씨 0.09%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0.05% ▲박은형씨 외 2인 1.50% 등 10.22%다. 박 회장 측이 박 전 상무 측보다 4.77%포인트 앞서고 있다.
오너일가 외에 현재 파악된 금호석화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6.82%), 노르웨이 투자청(1.5%), OCI(0.56%) 등이다. 노르웨이 투자청은 박 전 상무 편에 서기로 했지만, OCI는 사측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이 경우 박 회장의 우호 지분율은 15.55%, 박 전 상무 측은 11.72%이고 지분 격차는 3.83%포인트로 좁혀진다.
주목할 부분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박 회장 편에 서기로 한 점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은 금호석화의 중장기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사측 배당안이 더욱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사외이사 후보와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도 박 전 상무 측이 아닌 사측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 측 세력은 22%가 넘게 된다. 박 전 상무 측과의 지분율 차이 역시 10%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된다.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주주들의 표심도 중요하다. 금호석화 주주의 경우 국민연금을 제외한 기관 투자자가 10%, 외국인 주주가 20%대로 추정된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은 첨예하게 갈린다.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는 사측 의안에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반면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은 박 전 상무 측 의안에 찬성할 것을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주주들이 국민연금 기조를 따라 사측 안건에 찬성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다만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은 이른바 '3%룰'이 적용되는 만큼, 박 전 상무 측이 우위를 점할 여지도 존재한다. 3%룰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개별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3명의 누나들에게 각 지분 0.5%씩 증여하면서 의결권 제한 주식수를 최소화한 상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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