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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부 '쌍용차' 챙기지 못할 바엔 이제 놓아줄 때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부 '쌍용차' 챙기지 못할 바엔 이제 놓아줄 때

등록 2022.03.31 23:46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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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말 많고 탈 많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결국 무산됐습니다. 쌍용차는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인 지난해 4월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지만 불발됐습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잔금을 지불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파기된 건데요. 쌍용차는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1954년 설립 이래 무려 여섯 번째 손 바뀜입니다.

쌍용차의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이미 공적자금 투입에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에디슨모터스가 운영자금을 위한 8000억원의 대출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지만 '대출 불가' 방침을 밝히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쌍용차에게 이제 남은 시간은 6개월이 전부입니다. 법원으로부터 회생 계획안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시한이 오는 10월 15까지인데요. 이 안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 쌍용차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자금력이 풍부한 원매자가 나타나 쌍용차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1조 5000억원+α'을 부담 없이 내주거나, 혹은 이런 원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공적자금에 기대는 방법입니다.

다만 두 경우의 수 모두 쌍용차에게 건질 게 있을 때를 전제로 합니다. 즉 쌍용차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란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쌍용차의 재매각 환경이 작년과는 다르게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인수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인데요. 이들은 그 근거로 쌍용차의 실적 개선과 전기차 출시를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쌍용차의 작년 영업적자 규모는 2962억원으로, 전년(4496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개발 여부가 불투명했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100도 오는 6월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먼저 출시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은 2000만원 대라는 판매 가격 경쟁력 덕분에 사전 계약에서만 3500대가 팔렸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분들이 과연 쌍용차에 대한 투자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냐 하는 것입니다. 쌍용차의 작년 영업 적자가 줄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직원들의 무급 휴직, 임금 삭감 등의 자구 노력으로 이뤄진 것일 뿐 차량 판매로 얻은 성과가 아닙니다. 쌍용차의 작년 자동차 전체 판매량은 8만4000대로, 업계 꼴찌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수치기도 하고요.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도체 대란 등을 탓으로 들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그렇다고 새롭게 출시한 전기차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쌍용차는 오랜 경영난으로 전기차 관련 기술도, 설비도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모빌리티 트렌드에 맞춰 늦게나마 전기차를 내놓긴 했지만, 이미 선점에서 밀린 데다 내세울 거라곤 무쏘의 부활과 가격 경쟁력 뿐입니다. 여기에 현대차·기아에 버금가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 기업 존속 불확실 및 완전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영업적자가 줄고 전기차를 출시한 것만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미 주요 자산 대부분을 매각해 내다 팔 만한 자산도 많지 않고, 지난한 경영난에 인력 또한 많이 떠나면서 대규모 인력 조정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영업적자만 20분기에 달하고 작년 기준으로 이미 자본금까지 다 까먹은 기업에 '1조 5000억원+α'의 거금을 투입할 만한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냉정하게 보자면 쌍용차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청산입니다. 쌍용차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회계업계의 진단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동정 여론도 크게 줄었고,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 국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합니다.

물론 쌍용차 청산 시 투자자, 지역사회, 직원 및 그들의 가족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이루 짐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쌍용차에겐 그동안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많은 기회를 재정난으로 날린 건 쌍용차입니다. 지금으로선 쌍용차의 새 주인을 찾는 노력과 마찬가지로 청산에 대비해 투자자, 직원 및 그들의 가족들, 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 역시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합니다.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차를 잘 챙기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기대는 희망고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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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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