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 인사 본격화할 듯 '잔여 임기 10개월' 윤종원 행장 거취에 촉각 중도 하차 없었지만, 사모펀드 사태는 변수로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5월 새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금융당국과 금융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예금보험공사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이에 기업은행도 당선인 측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 방향에 따라 손발을 맞출 만한 인물을 기관장에 앉혀온 탓이다. 게다가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따라서 금융당국 수장이 바뀐다면 반드시 후임 행장 인선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윤 행장의 거취가 주목받는 이유는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가 자리를 지키긴 어렵지 않겠냐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가 장기간 청와대에 몸담았고, 이번 정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새 행정부와 정서적으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얘기다.
윤 행장(1960년생)은 제2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 인사다.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를 거쳤다. 무엇보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 1월2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윤 행장은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당선인 측도 이 부분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윤 행장의 완주 가능성은 반반이다. 정부의 의중에 따라 조기에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과 정해진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란 시선이 공존한다.
일단 기업은행의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2조42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2조 클럽'에 입성했다.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극복을 지원하면서도 대출자산을 늘리고 은행과 자회사의 건전성을 개선한 결과다.
또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기업은행장을 중도에 하차시키진 않았다.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실제 2000년 이후 기업은행을 이끈 ▲김종창 ▲강권석 ▲윤용로 ▲조준희 ▲권선주 그리고 김도진 전임 행장까지도 보장받은 3년의 임기를 완주했다. 그 중 윤용로 전 행장과 김도진 전 행장은 정권교체 시기에도 자리를 지킨 케이스에 속한다.
덧붙여 윤 행장은 MB정부 때인 2011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해 당선인 측 일부 관계자와도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분명 전임 행장 시절 판매된 펀드지만,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이 연루된 만큼 당선인 진영이 이를 현 여당의 실책으로 몰아가면서 윤 행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어서다. 기업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 일부 정지 1개월과 과태료 47억1000만원 등 징계를 받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행장은 관료 시절 정부 내 요직을 거치며 업무능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CEO로서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새 정부가 단순히 자리를 나눠 갖기 위해 기업은행장을 중도 하차시킨다면 출범 초기부터 정책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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