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준비가 조금 미흡했을까. 디지털보험사 소비자 민원은 업계 최고 수준을 달린다. 실제 소비자들은 '민원을 넣어도 처리가 너무 늦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캐롯손해보험은 주행 거리만큼 보험료가 책정되는 후불시스템을 도입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동차보험으로 이름을 날린 손보사다.
하지만 캐롯손해보험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민원 건수는 업계 최다 수준이다.
손해보험협회 상품별 민원 건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캐롯손보 자동차보험 민원은 보유계약 10만 건당 22건으로 환산됐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 18.42 ▲현대해상 16.13 ▲KB손해보험 18.70 ▲DB손해보험 16.32로 나타난 데 비해 높다.
총 민원 환산 건수도 업계 최고다. 캐롯손해보험의 10만 건당 민원 환산건수는 17.05건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7.78 ▲현대해상 9.49 ▲KB손해보험 8.54 ▲DB손해보험 9.87건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많다.
이는 고객이 늘어다는 속도 대비 자사 소비자 대응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캐롯손보는 지난 9월 자동차보험 가입자 수가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 비해 준비가 미흡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손해사정 자회사(히어로손해사정) 설립에 나섰는데, 캐롯손보의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이 자사 손해사정 인력을 히어로손해사정으로 전적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이런 상황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금감원은 올해 소비자 보호를 위주로 한 수시·정기 검사를 지난해보다 54.3%(274회) 늘어난 총 779회 실시하기로 했다. 검사 인력도 전년 대비 약 1만명(65.1%) 증가한 2만5018명을 투입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생 디지털보험사보다는 대형사 중심의 검사가 이뤄지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손해보험' 출범이 예고된 만큼 관련 문제를 당국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보험 업계에서 민원 처리는 상당히 중요하다. 보통의 소비자들은 큰 사고가 터지는 경우에 보험사를 찾는다. 그렇지 않고선 보험사에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불의의 사고가 났다거나, 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 준비하는 게 보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보험사가 존립하기 위해서 민원 처리 지연 등의 문제가 지속돼선 안된다. 합리적인 보험료와 진심 어린 고객 대응으로 디지털보험사들이 보험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오길 기대한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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