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회안전망 위해 민간 보험사 카드 '만지작'민간요양 운영자 토지·건물 소유 의무 풀릴 수도KB손보에 이어 신한라이프·삼성생명도 진출 검토골든라이프, 순손실 이어지나 매년 매출 성장 30%
현재까지 요양시설 운영 보험사는 K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하지만 당국의 태도 변화에 보험업계도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사내 요양사업 진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노인복지법에 따라 복지시설을 운영해온 경험을 더해 시장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의 1순위 참고 자료는 가장 발 빠르게 민간 노인요양사업에 진출한 KB손해보험이다. KB손보는 지난 2016년 100%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했다. 이제 막 요양업을 시작하려는 업계 분위기에 비해 5년 가량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KB손보는 요양사업을 헬스케어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점 찍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 요양시설 자체는 늘었으나, 서비스 질의 성장을 도모하진 못했던 게 사실이다. KB금융은 이 점에 주목해 시니어 시장 전반을 공략했다. KB국민은행에서 골든라이프케어 전용 금융 상품을, KB손보에서는 실질적인 요양 시설 운영과 시니어 헬스케어 등을 맡아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식이다.
초기 자본금을 보면 KB금융과 KB손보가 시니어케어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나타난다. 골든라이프케어 자본금은 310억원 수준으로 KB손보(333억원)와 비슷하고, KB헬스케어 자본금은 400억원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만큼 회사는 이들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KB손보는 2017년 강동케어센터(주야간보호시설)를 개소하면서 요양 사업의 신호탄을 터트렸다. 본격적으로 장기요양에 뛰어든 시기는 2019년 3월 위례빌리지(주야간보호시설·노인요양시설)를 열면서다. 규모는 1인실 52명, 2인실 40명, 4인실 40명으로 총 132명을 수용할 수 있다.
현재 민간 요양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건물을 모두 소유해야 하는 등 초기 비용이 상당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설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고, 시설이 열악한 곳도 많다. 반면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요양원은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어 높은 가격에도 입소 대기자가 1년만에 1300여명까지 늘었다.
이에 힘입어 KB손보는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에 서초빌리지(2호점)도 개소했다. 정원은 80명으로 줄었으나 4인실 대신 1인실(36명), 2인실(44명)만으로 구성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수요는 넘쳤다. 서초빌리지는 문을 열기도 전인 2020년 12월 사전접수에서 300명이 입소를 신청 했다. KB손보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서울 은평구에 3호점 개소를 진행 중이다.
다만 투자 기간인 만큼 실적은 미미하다. KB골든라이프는 2019년 당기순손실 1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순손실 6억원으로 적자폭이 줄어드는 듯 했으나 지난해 순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수익(매출)면에서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KB골든케어는 2019년 매출 47억원에서 2020년 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84억원으로 늘었다. 성장률로 따지면 38.2%, 29.2%씩 매출이 증가한 셈이다.
KB손보보다 1년여 앞서 요양 사업을 시작한 일본의 솜포홀딩스는 메시지, 솜포케어넥스트, 재팬케어서비스 등 기업을 솜포케어로 통합하면서 시니어 사업을 본격화 했다. 특히 요양사업을 기반으로 한 식품 사업에도 나서 지난 2019년 기준 매출액은 1238억엔, 영업이익이 117억엔(약 115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노인요양시설을 늘리기 위해 운영과 소유를 분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게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금융당국도 민간 요양시설을 확대하기 위한 규제 개선을 논의 중이다. 특히 요양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도록 한 규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민간의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 요양사업에 활발한 진출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폐교 등을 활용한 시설 확대, 보험사에 투자 인센티브 제공, 보험연수원의 요양 전문인력 양성 등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재정 문제로 공공 서비스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만큼 당국도 관련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장기요양서비스 수요는 늘어나는 데 서비스 대상자의 상당수가 사각지대에 있으며, 공공부문 확대는 재정상 어렵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사결과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보험연구원 강성호 선임연구위원은 연구 자료를 통해 "보험회사가 요양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상당히 긍정적이었으며, 보험회사가 제공할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의향도 상당하다"며 "요양시장의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요양산업의 시장형성 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의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금융위는 "복지부 등 관계부처 및 보험업계와 유관기관 협의체 등을 구성해 보험사의 요양사업 진출 관련 제도개선방안 등을 지속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 중이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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