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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자재 값 올랐는데...자동차·조선 1Q 실적 온도차

철자재 값 올랐는데...자동차·조선 1Q 실적 온도차

등록 2022.05.12 17:14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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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 지난해 강판價 톤당 10여만원·후판價 30만원 인상자동차 업계 1Q 사상 최대 실적...조선 업계 적자 기조 유지 자동차 업계, 철자재 값 인상분 신차 출시 및 판매 믹스 통해 판가 반영 용이 조선 업계, 수주 당시 이미 견적... 철자재 값 올라도 판가에 중도 반영 어려워

강판·후판강판·후판

국내 철강사들이 강판과 후판 등 철자재 가격을 동시에 올렸지만, 주 수요처인 자동차와 조선사 업계의 1분기 실적 온도차가 극명하 자동차 업계는 강판 가격 인상에도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조선 업계는 역대급 수주 호황에도 후판 가각 인상에 일격을 당하며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철강 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강판 가격을 톤당 10여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통상 공급처와 수요처의 판가 합의는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이뤄지고, 다음 가격 협상 때까지 인상분이 적용되는데, 지난해 철자재 값 인상분은 올해 1분기 혹은 상반기 실적에 반영된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제네시스 제공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제네시스 제공

그럼에도 이들의 주 수요처인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1조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2014년 2분기 (2조 872억원) 달성 이후 8년 만의 최대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0조2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6.4%로 2016년 2분기 7.1%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기아는 더 좋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9.2% 증가한 1조60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8조3572억원으로 전년대비 10.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6.4%로 2016년 2분기 7.1% 이후 최고치다.

이와 달리 조선 업계는 철강 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 조치에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철강사들의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을 상반기 톤당 10만원, 하반기 30만원씩 올려 톤당 98만원까지 끌어 올렸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조 단위에 이르는 충당금을 쌓았고, 이로 인해 영업적자가 계속됐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39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이 1분기 기준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8년(-1093억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9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에프앤가이드는 1분기 7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17년 9월 인도한 자동차운반선(PCTC)의 시운전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17년 9월 인도한 자동차운반선(PCTC)의 시운전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철자재 가격이 오른 건 같은 데 두 업계의 실적 온도차가 다른 이유는 우선 인상분의 차이가 크다. 철강 업계는 강판을 지난해 톤당 10여 만원, 후판은 톤당 30만원에서 가격을 결정했다. 후판 가격이 톤당 10만원 오르면 조선사는 30억원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가 원가 인상분을 판가, 즉 자동차 가격에 반영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용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업계는 잦은 신차 출시를 통해 철자재 값 인상분을 새 차라는 명목으로 쉽게 반영할 수 있다.

또 고가의 제품 위주로 판매 라인을 조정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각각 90만 2945대, 68만 5739대로, 전년 동기 대비 9.7%, 0.6% 감소했다. 판매가 줄었음에도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는 제네시스 등 돈이 되는 고가의 차량을 많이 판매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5만342대를 기록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수주 계약 당시 이미 견적을 내기 때문에 이후 철강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중도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수주가 많아도 선수금을 적게 받고 선박을 건조한 후 인도금을 절반 이상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선박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1∼2년이 소요된다. 조선 업계가 1분기 약 165억5천만 달러의 선박을 수주, 올해 합산 수주 목표치인 351억4천만 달러의 약 47%가량을 약 4개월 만에 달성해 놓고도 적자를 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신차 출시나 판매 믹스 개선 등을 통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일부라도 반영할 수 있지만, 조선 업계는 수주 후 1년 가량의 설계 기간을 거친 뒤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선박 가격에 중도 반영하기가 어렵다"며" 수주 호황을 맞았다고 해도 계약 당시의 후판 가격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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