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네이버와 결별 이후 주가 반토막···수익성도 정체잇단 물적분할에 수천억 유증으로 투자자 지분가치 희석개인회사로 지배력 강화···자사주 매입도 대주주에 유리알짜 자회사 내다팔고 개인지분 적자기업에 수백억 투자제대로 뿔난 개미들 "경영진 교체·주주가치 제고 나서라"
23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NHN 소액주주들은 오는 28일부터 주주가치 제고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부진한 주가와 영업실적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3조원 규모의 자본을 보유한 NHN은 시가총액 1조1700억원 규모의 코스피 상장사다. 지난 2017년 1조원을 밑돌았던 매출액은 2019년 1조4800억원, 2020년 1조6400억원, 2021년 1조9200억원 등 매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회사의 규모와 매출액 증가세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2017년 34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686억원으로 껑충 뛰었으나 2019년부터는 800~900억원선에 머물고 있다.
특히 NHN의 주가는 지난 2013년 상장 이후 9년째 횡보하는 중이다. 상장 초기 6만3312원(수정주가 기준)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3만원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현재주가는 지난해 연말에 기록한 고점과 비교해도 40% 가까이 급락한 수준이다.
NHN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네이버컴'의 후신이다. 네이버컴은 한게임과 합병 후 'NHN엔터테인먼트'로 탈바꿈했고, 김 의장은 2010년 카카오톡 개발 후 NHN을 떠났다. 이해진 GIO 역시 지난 2013년 NHN의 검색·플랫폼 부문을 분사해 '네이버'로 독립했다. 네이버와 결별 후 2019년 4월부터 'NHN'으로 사명을 바꾼 이준호 회장은 게임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오는 중이다.
현재 NHN은 한 지붕 출신인 '플랫폼 공룡' 카카오‧네이버에 비해 체급 면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NHN의 성장 둔화 배경을 이준호 회장 등 대주주의 전횡에서 찾는 모습이다.
NHN은 앞서 지난달 1일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떼어낸 'NHN클라우드'를 출범시켰다. 클라우드 사업은 NHN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혀온 분야로, 지난해 말 물적분할 결정 당시 하루에만 주가가 10% 가량 급락한 바 있다.
NHN은 앞서 지난 2017년에도 간편결제 사업과 광고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NHN페이코'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엔 협업툴 전문기업인 'NHN두레이'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이미 NHN 은 NHN한국사이버결제와 NHN벅스 등 상장 계열사도 두 곳이나 거느리고 있다. 핵심사업이 자회사로 분리돼 상장되는 경우 모회사의 기업가치 훼손에 따른 주가하락이 불가피하다.
NHN의 대규모 유상증자도 장기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NHN은 지난 2015년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유상증자는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지만,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통상 악재로 분류된다. 당시 증권가는 "이미 충분한 현금이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유상증자의 명분이 부족하다"며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독립 이후 9년간 한 번도 결산배당을 결정하지 않은 점도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아 주주가치 제고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68억원 어치의 자사주 매입은 대주주 일가를 위한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우호세력에게 지분을 넘길 경우 의결권(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특히 이 회장이 소유한 개인회사 두 곳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회장이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를 세워 저가에 NHN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높여왔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제이엘씨와 제이엘씨파트너스는 설립 이후 이렇다 할 사업 없이 NHN 지분을 사들이는 데에만 집중해왔다. NHN의 2‧3대 주주인 두 회사의 지분율은 각각 14.66%, 10.55%에 달한다. 여기에다 이 회장(18.12%)과 부인 권선영(0.38%) 씨, 두 자녀 수민(2.67%)‧수린(2.67%)씨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9.70%에 달한다.
NHN엔터테인먼트 시절인 지난 2014년 당시 이 회장의 지분율은 3.74%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인 소유회사 두 곳이 저가에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이 회장은 절반에 가까운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주가 부진을 지배력 강화의 기회로 삼을 동안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입었다는 이야기다.
NHN이 인크로스, 피엔피시큐어, 파리오링크 등 흑자를 내던 자회사는 매각하고 적자기업인 '파킹클라우드'에 840억원이나 투자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킹클라우드는 NHN(지분율 25.98%)의 계열회사로, 이 회장은 15.48%의 지분을 따로 쥐고 있다.
NHN 소액주주 A씨는 "이준호 회장은 물적분할과 유상증자, 무배당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지배력만 크게 강화했다"며 "이 회장은 즉각 주주와 소통하고 NHN은 정우진 대표 등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해 주가를 정상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회장의 30대 젊은 아들(이수민)은 경력직으로 입사한 뒤 수 개월 만에 임원급 TF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편법 증여의 신호탄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제이엘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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