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임명 이후 노조 반발로 출근 막혀노조, 부산 이전 철회 전까진 입장 고수키로양측 의견차 좁히기 쉽지 않아 교착 가능성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 신임 회장의 출근을 반대하는 투쟁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강 신임 회장은 지난 7일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 대통령 재가를 통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다음날인 8일 출근 첫날부터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출근길이 막혔고 이날까지 7일째 본점에 들어서지 못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강석훈 회장은 현재 본점으로 출근하지는 못했으나 인근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해 주요 현안 및 업무 등을 보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이달 16일부터 17일까지 양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투자박람회인 '넥스트라이즈 2022, 서울' 행사에 강 회장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는 시작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정식 출근조차 못한 상황에서 공식 행사에 나서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때문에 '넥스트라이즈'가 스타트업의 혁신성장 요람이 되고자 산업은행이 공들여왔던 행사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노조가 신임 회장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때문이다. 사실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선거철 마다 단골 주제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번엔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던 만큼 본격 추진될 것이라 예상되면서 노조가 강 회장의 출근을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강 회장과는 지난 8일과 10일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정도였다"며 "부산 이전을 철회하기 전까지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취임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전철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행장도 당시 노조가 '낙하산 인사'로 규정, 출근 반대에 나섰고 27일만에서야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이같은 출근 저지는 금융권 최장 기록으로 남았다. 이후에도 노조추천이사제 등을 이유로 노조와의 갈등 봉합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산업은행 역시 양측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강 회장과 노조의 갈등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노조는 부산 이전을 철회하기 전까지 출근 저지를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강 회장 입장에서는 취임 한달 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뒤집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산업은행 직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1년에 평균 20여명이 산업은행을 떠났는데, 올해는 이미 상반기만 이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강 회장은 조만간 박형준 부산 시장과의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부산 이전과 관련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들 입장에선 단순히 부산 지방 이전이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맞벌이로 인해 가정을 지켜야하는 등 삶에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동요가 많고 급여 수준이 낮더라도 이직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당시 기업은행장과 노조의 이슈는 정부의 사과 등 갈등 봉합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지만 산업은행은 사안 자체가 민감하다보니 기업은행 때보다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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