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 실질적 자본 확충 방안 묘연자본성증권 소진율 70%↑···추가 발행 어려워건전성, 부실기업인 MG손보 바로 다음 '망신'한화생명 통한 유상증자가 마지막 해법일 듯
1분기 RBC(지급여력)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크게 밑돌고 있음에도 이 국면을 스스로 타개할 대책이 없는 탓이다. 특히 강성수 사장은 올 들어 4000억원 규모의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으나, 그마저도 한도에 달해 근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는 1분기 RBC비율은 122.8%로 당국 권고치를 하회했다. RBC비율만 놓고 보면 부실기업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88%) 바로 다음 순위다. 특히 생명보험사에 비해 RBC비율이 탄탄한 손해보험업계에서 5~6위를 달리는 한화손보가 이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경영실패 딱지를 달만한 일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LAT에서 발생하는 잉여액의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한다는 방안을 밝히면서 2분기부터는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로써 RBC비율 하락이라는 당장 급한불은 껐다.
문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회계제도(IFRS17·K-ICS) 등을 대비한 실질적 자본 확충이 어렵다는 것이다. 자본성증권 발행한도를 거의 소진해 더 이상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힘들어서다.
앞서 한화손보는 금리 상승폭 예상 실패로 기존 보유 채권을 모두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매도가능채권은 만기보유채권보다 금리민감도가 높다. 이 가운데 기준금리가 예상 외로 급등하면서 한화손보는 자산 건전성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RBC비율이 지난해 동기(235.5%)대비 112.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에 한화손보는 올해 3월 7일 2500억원의 후순위채와 5월 31일 1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등 총 400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건전성을 방어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자본성증권 발행한도의 70% 이상을 소진했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58조에 따르면 증권 발행액은 직전 분기말 자기자본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향후 한화손보의 자본 확충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강 사장이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모기업을 통한 유상증자와 보유 자산 매각 등이다.
우선 최대주주인 한화생명(51.36% 주주)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을 경우 실질적인 보유 자본 확대는 가능하다. 한화생명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자본 확충에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한화생명은 17일 보유 중이던 우리금융 지분 2300만주 전량을 시간외거래를 통해 약 3000억원에 매도했다. 앞서 올해 2월4일 9200억원, 6월17일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올해 가장 많은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소재 사옥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은 한화생명의 1분기 RBC비율(160%)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자본건전성 대비를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경우 당국의 완충 방안을 적용하면 1분기 기준으로 RBC비율을 194.1%까지 높일 여지를 남겨뒀고, 자본성증권 발행한도 소진율도 30~70% 사이 구간에 있다. 향후 채권을 통한 자본확충의 기회 여력이 남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화생명이 계열사인 한화손보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 수혈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두 번째 방안은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보유 건물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자본확충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채권은 고금리 상품이다보니, 자본성증권 발행만으로는 장기적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손보의 경우 1분기 말 기준 보유한 영업용 부동산(토지+건물) 총 가액이 약 4354억원 수준이나, 대부분 영업용 사옥이라 처분할 수 있는 자산도 많지 않다.
한편,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88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5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영업이익도 1193억원으로 41.9% 증가했다. 이는 올해 초까지 이어진 코로나19 거리두기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화손보의 건전성 관리 실패는 경영진의 전략 부재에서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강 사장이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고 하나, 유용한 카드를 대부분 소진한 만큼 회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건전성을 끌어올리기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